그 많던 '감귤 초콜릿' 줄도산…"우린 세계로" 불황 뚫은 이 男子
불황을 견딘 비결은 '품질'...카카오버터로 만든 '진짜' 초콜릿
100% 제주산 감귤로 제조...지역 경제와 상생
中관광객 의존 구도 타파...초콜릿 '최대 소비국' 러시아도 진출
코로나19(COVID-19)가 제주 감귤 초콜릿 업계에 입힌 타격은 컸다. 업체가 6~7군데 있었는데 두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도산했다.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사드 갈등으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 피해를 견디기 어려운 기업이 많았다. 업력 15년 차 회사 제키스도 매출이 한해 120억원에서 코로나19 첫해 6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지난해 매출은 90억원으로 늘었고, 계속 회복하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 공장에서 만난 정기범 제키스 대표는 "재도약할 새 시기가 왔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제주 토박이인데 30여년 전 서른 셋 나이로 경기도로 올라와 초콜릿 원료, 완제품을 유통하는 사업을 했다. 고향에 돌아와 제키스 대표로 부임한 건 2008년이다. 정 대표는 "유통업이 사업하기는 편하다"면서도 "난 제조업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제주 감귤 초콜릿 시장에는 저가 상품이 난립하고 있었다. 100% 제주 감귤을 쓰지 않은 상품도 있었다.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맛이 나아지거나 변하는 부분도 없었고 이미 맛을 아는 한국인들은 '식상하다'며 제주 감귤 초콜릿을 기념품으로도 사지 않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의 마음샌드 같은 대체품이 더 잘 팔렸다. 제주 감귤 초콜릿은 중국인 관광객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었다.
제키스의 매출은 40%가 제주 시장과 면세점, 30%는 내륙 면세점과 온라인 판매, 나머지 30%는 수출이었다. 중국인도 많이 찾지만 온라인 판매 등으로 한국인에게도 많이 팔린다. 92%, 56% 등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이 치매 예방 등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판매가 꾸준하다. 2012년 로이스 등 유명 브랜드가 있어 '초콜릿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에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 대만, 최근에는 초콜릿 최대 소비국 러시아에 판매를 시작했다.
애초 정 대표의 사업 목표는 시장을 세계로 넓히는 것이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위스키 초콜릿, 심지어 미국의 대마 초콜릿까지 지역 특색을 살린 초콜릿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 정 대표는 부러웠다. 정 대표는 "일본도 로이스가 생초콜릿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며 "감귤 초콜릿도 인지도를 넓혀 세계 시장으로 더 뻗어나가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전까지 감귤 초콜릿은 카카오 분말을 주 원료로 만드는 컴파운드 초콜릿이 대부분이었다. 제키스는 카카오빈에서 추출한 카카오버터로 초콜릿을 만들었다. 컴파운드 초콜릿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맛의 깊이가 다르고, 먹은 후 끝맛이 개운하다고 한다.
기존 제품들은 초콜릿 속 감귤 부분을 딱딱하게 굳힌 게 대부분이었다. 제키스는 초콜릿 속에 감귤을 퓌레 식으로 넣는다. 초콜릿이 더 부드러워지고 감귤 맛이 잘 느껴진다. 정 대표는 "퓌레가 출고 후 굳거나 상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제키스는 감귤 원료로 100% 제주산 감귤 분말을 사용한다. 감귤 중 모양이 예쁘지 않은 등 비상품으로 구분되는 감귤은 착즙해 주스로 만들거나 감귤 액기스, 분말로 만들어져 가공식품 제조에 활용된다. 정 대표는 "감귤 하나면 초콜릿 네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키스 초콜릿 생산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다. 초콜릿 원액을 돌하르방 모양 틀에 짜내고, 속에 감귤 퓌레를 짜고 비닐로 포장하는 작업을 전부 기계가 했다. 정 대표는 "하루에 초콜릿을 최대 15만개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제키스 감귤 초콜릿은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태국에 꾸준히 팔렸다. 중국도 코로나19 기간 거래가 단절됐다가 최근에 재개됐다. 네슬레 제품을 유통하는 식품무역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감귤 초콜릿의 향이 오래 가고 맛있다"며 "일본 로이스 등 해외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겁먹지 않는다. 세계 시장을 더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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