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감귤 초콜릿' 줄도산…"우린 세계로" 불황 뚫은 이 男子

제주=김성진 기자 2023. 9.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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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태, 코로나19로 관광객 급감 피해...경쟁사 5~6곳 줄도산
불황을 견딘 비결은 '품질'...카카오버터로 만든 '진짜' 초콜릿
100% 제주산 감귤로 제조...지역 경제와 상생
中관광객 의존 구도 타파...초콜릿 '최대 소비국' 러시아도 진출
정기범 제키스 대표는 제주 토박이지만 육지에 올라와 서른세살에 경기도에 초콜릿 원재료, 완제품 유통하는 회사를 차렸다. 유통이 아니라 초콜릿 제조가 하고 싶어 제키스 대표로 부임했고 제주 감귤 초콜릿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사진=김성진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제주 감귤 초콜릿 업계에 입힌 타격은 컸다. 업체가 6~7군데 있었는데 두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도산했다.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사드 갈등으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 피해를 견디기 어려운 기업이 많았다. 업력 15년 차 회사 제키스도 매출이 한해 120억원에서 코로나19 첫해 6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지난해 매출은 90억원으로 늘었고, 계속 회복하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 공장에서 만난 정기범 제키스 대표는 "재도약할 새 시기가 왔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제주 토박이인데 30여년 전 서른 셋 나이로 경기도로 올라와 초콜릿 원료, 완제품을 유통하는 사업을 했다. 고향에 돌아와 제키스 대표로 부임한 건 2008년이다. 정 대표는 "유통업이 사업하기는 편하다"면서도 "난 제조업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제주 감귤 초콜릿 시장에는 저가 상품이 난립하고 있었다. 100% 제주 감귤을 쓰지 않은 상품도 있었다.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맛이 나아지거나 변하는 부분도 없었고 이미 맛을 아는 한국인들은 '식상하다'며 제주 감귤 초콜릿을 기념품으로도 사지 않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의 마음샌드 같은 대체품이 더 잘 팔렸다. 제주 감귤 초콜릿은 중국인 관광객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었다.

제키스의 매출은 40%가 제주 시장과 면세점, 30%는 내륙 면세점과 온라인 판매, 나머지 30%는 수출이었다. 중국인도 많이 찾지만 온라인 판매 등으로 한국인에게도 많이 팔린다. 92%, 56% 등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이 치매 예방 등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판매가 꾸준하다. 2012년 로이스 등 유명 브랜드가 있어 '초콜릿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에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 대만, 최근에는 초콜릿 최대 소비국 러시아에 판매를 시작했다.

제주에 제키스 감귤초콜릿 공장. '제주와 키스'란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공장은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뉘어졌다. 직원은 55명인데 외국인 근로자가 한명도 없다. /사진=김성진 기자.


애초 정 대표의 사업 목표는 시장을 세계로 넓히는 것이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위스키 초콜릿, 심지어 미국의 대마 초콜릿까지 지역 특색을 살린 초콜릿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 정 대표는 부러웠다. 정 대표는 "일본도 로이스가 생초콜릿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며 "감귤 초콜릿도 인지도를 넓혀 세계 시장으로 더 뻗어나가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전까지 감귤 초콜릿은 카카오 분말을 주 원료로 만드는 컴파운드 초콜릿이 대부분이었다. 제키스는 카카오빈에서 추출한 카카오버터로 초콜릿을 만들었다. 컴파운드 초콜릿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맛의 깊이가 다르고, 먹은 후 끝맛이 개운하다고 한다.

기존 제품들은 초콜릿 속 감귤 부분을 딱딱하게 굳힌 게 대부분이었다. 제키스는 초콜릿 속에 감귤을 퓌레 식으로 넣는다. 초콜릿이 더 부드러워지고 감귤 맛이 잘 느껴진다. 정 대표는 "퓌레가 출고 후 굳거나 상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제키스는 감귤 원료로 100% 제주산 감귤 분말을 사용한다. 감귤 중 모양이 예쁘지 않은 등 비상품으로 구분되는 감귤은 착즙해 주스로 만들거나 감귤 액기스, 분말로 만들어져 가공식품 제조에 활용된다. 정 대표는 "감귤 하나면 초콜릿 네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키스 초콜릿 생산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됐다. 초콜릿 원액을 돌하르방 모양 틀에 짜내고, 속에 감귤 퓌레를 짜고 비닐로 포장하는 작업을 전부 기계가 한다./사진=김성진 기자.


제키스 초콜릿 생산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다. 초콜릿 원액을 돌하르방 모양 틀에 짜내고, 속에 감귤 퓌레를 짜고 비닐로 포장하는 작업을 전부 기계가 했다. 정 대표는 "하루에 초콜릿을 최대 15만개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제키스 감귤 초콜릿은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태국에 꾸준히 팔렸다. 중국도 코로나19 기간 거래가 단절됐다가 최근에 재개됐다. 네슬레 제품을 유통하는 식품무역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감귤 초콜릿의 향이 오래 가고 맛있다"며 "일본 로이스 등 해외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겁먹지 않는다. 세계 시장을 더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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