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듈 아래서 벼·대파 재배…일석이조 '영농형 태양광'
수확량은 일반농지 80% 수준…전력 판매해 추가 소득 확보 가능
(경산=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농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병행해 전력을 얻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 한화큐셀 주관으로 방문한 영남대 경산캠퍼스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는 촘촘하게 세워진 태양광 모듈 아래 벼와 대파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실증과제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 만든 이 실증단지에는 총 100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연구에 활용된다.
구역별로 일반 단면·양면형 모듈, 수직형 모듈, 영농형 전용 협소형 모듈 등을 설치했으며, 모듈 아래 농지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한다.
지난해 1년간 실증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은 총 130메가와트시(㎿h)다.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140여명이 사용 가능하고, 판매하면 연간 약 3천만원의 매전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되는 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태양광 발전과 경작을 병행하는 솔루션이다. 농업을 아예 중단하고 태양광 발전설비만 운영하는 기존 농촌형 태양광과는 다르다.
농경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친환경 인증을 받은 모듈과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활용한다. 또 농기계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3∼5m 높이에 모듈을 설치한다.
농작물 수확량이 일반 농지보다 줄어도 전력 생산으로 농지의 생산성이 좋아진다는 이점이 있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연구팀은 영농형태양광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증 결과 모듈 하부 농지의 대파, 밀, 배추 수확량은 모두 일반 농지 대비 약 80% 수준이었다.
다만 영남대 내 과수원에 설치한 영농형태양광 하부 농지의 포도 수확량은 오히려 일반 농지 대비 약 125%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영농형태양광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 일부 농작물의 생육을 돕는 효과도 나타났다.
영농형태양광은 폭염, 폭우, 태풍, 혹한 같은 기후 상황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쳤을 때 단지 내 나대지에서 자라는 대파는 많이 헝클어졌는데, 모듈 아래에서 자라는 대파는 비교적 상태가 괜찮았다.
정재학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영농형 태양광 설비는 100년간 해당 지역에 온 최고의 태풍을 견디게 설계된다"며 "바람이 오면서 와류를 만들어서 완충시키니까 모듈 아래 농지는 태풍에 큰 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름철에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포도 같은 작물은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구와 소득이 동시에 감소하는 한국 농촌에 영농형 태양광은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농작물 수확량이 최대 20% 줄어도 농업 소득을 웃도는 매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작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올리기 어려운 현실에 돌파구인 셈이다.
오수영 영남대 교수는 "태양광 발전에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노는 땅이 별로 없다"며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행 국내 농지법상으로는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를 최장 8년까지만 운영할 수 있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한 모듈을 제작해 영남대 실증단지를 비롯한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 경제 활성화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친환경 모듈을 계속 공급해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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