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법 몰랐다고?···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주식’ 의혹 톺아보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20일 이틀에 걸쳐 열릴 예정입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윤 대통령과의 사적인 친분,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 누락, 아들의 인턴 ‘아빠 찬스’ 의혹, 과거 판결 등과 관련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들은 통상 국회나 언론들이 제기한 이런저런 의혹과 비판에 대해 보도자료 또는 구두설명을 통해 해명을 합니다. 이 후보자 역시 지명 발표 일주일째 되는 날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제목은 ‘임명동의안 제출 즈음해서 알리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자료에는 이 후보자 가족이 2000년부터 처가 소유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는데 최초 재산 신고 시점에는 이를 신고할 의무가 없었으며, 법 개정으로 비상장주식 가액 평가 방법이 바뀌어 신고대상이 됐으나 이를 알지 못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후보자 가족은 2000년경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가족회사(㈜옥산,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①거래가 없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으로서 처음부터 법률상 재산등록 신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②후보자는 처가의 재산 문제여서 이를 잊고 지내고 있었고, ③취득 시로부터 약 20년 뒤인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 제출 즈음해서 알리는 말씀’ 中
이 후보자 부부와 아들, 딸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은 각각 2억4000만원어치로, 총 10억원에 달합니다. 이 후보자의 해명에도 비상장주식을 재산 등록 시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계속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몰랐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 과연 이해할 만할까요. 비상장주식의 재산 신고 누락과 관련한 이 후보자의 해명 한마디 한마디를 살펴봤습니다.
① 비상장주식, 신고 대상 아니었다?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이던 2009년 처음 관보에 재산을 공개했습니다. 이때부터 2023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때까지 한 번도 비상장주식을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 최초 재산 신고 시점에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주식을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는 게 이 후보자 측 해명입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 설명은 다릅니다. 공직자 재산 신고 때 비상장주식의 취득일자와 취득경위, 자금출저 등 재산 형성 과정과 보유량·가액 변동도 신고하도록 안내해왔다는 겁니다. 2020년 시행령 개정으로 바뀐 것은 신고액 가액 기준일 뿐 비상장주식은 예전부터 재산등록 대상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3월 재산공개 때 “재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자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경고, 징계요구 등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뒤늦게나마 세부 규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첨부 서류에는 비상장주식 내역을 “자진해서 포함시켰다”고 설명합니다. 이 후보자는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 재직할 당시 재산 신고를 빠뜨린 정치인에 대해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이 후보자가 비상장주식을 2000년 처음 취득한 후 23년간 규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시민단체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는 논평을 내고 “10억대 비상장주식 재산등록 누락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의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무너뜨린 행위”라며 “법을 어기고서도 ‘법을 몰라서 그랬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하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② 처가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다?
이 후보자는 2009년부터 보유 중인 처가 회사 ㈜옥산,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주식을 ‘처가 재산 문제’로 보고 잊고 지냈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이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는 ㈜옥산으로부터는 총 1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이 후보자 측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옥산에서 매년 배당금 1057만5000원을 수령했다”며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 지분 비율은 모두 같아 같은 기간 배우자와 자녀가 받은 배당금 액수도 모두 후보자와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 가족이 3년간 받은 배당금은 세후 기준 1억2690만원에 달합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8~2019년에도 ㈜옥산에서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1인당 750만원씩 2년간 이 후보자 가족이 받은 배당금은 6000만원(세전) 입니다. 애초 이 후보자가 밝힌 것보다 더 오랜 기간 배당금을 받아온 것인데요. 배당소득 논란이 불거졌을 때 마치 2020~2023년 동안만 배당소득을 받은 것처럼 해명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이 후보자 측은 비상장주식 배당 내역 전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2000년 이후부터 따져보면 더 많은 배당수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후보자 아들과 딸은 각각 9살, 11살일 때 비상장 주식을 취득했는데, 이 후보자는 그 자금 출처 역시 아직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후보자 가족이 재산을 불리는 데 톡톡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이는 토지 매입·매매 과정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 측은 처가 문제여서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③ 비상장 주식 평가방식 바뀐 줄 몰랐다?
이 후보자 측 해명처럼 2020년부터 공직자 재산 등록 시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법이 개정된 이후 비상장주식 가액 산정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을 꾸준히 알려왔다고 설명합니다.
인사혁신처는 2019년 말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법원행정처에 하위법령 정비 요청을 보냅니다. 공문을 보면 비상장주식 가액 산정방식이 기존 ‘액면가’에서 ‘실거래가 또는 별도 평가산식’으로 개선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비상장주식을 실제 가치에 가깝게 신고하도록 해 공직자 재산등록과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원행정처는 개정령 시행 직후인 2020년 6월 관련 내용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공지했습니다. 시행령이 바뀐 후 2021년 관보가 공개되자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이 바뀐 탓에 법관의 재산이 껑충 뛴 사례들이 다수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위법관 중 가장 많은 약 498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강영수 당시 인천지방법원장의 경우 액면가 기준 4억원으로 평가되던 비상장주식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무려 410억원으로 평가돼 전년보다 재산액이 대폭 뛰었습니다.
이승련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같은 이유로 직전 해(2020년)보다 재산 가액이 약 80억원 늘어났습니다. 이 부장판사 배우자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이 기존에는 14억원으로 평가됐으나 기준 변경에 따라 96억원으로 평가됐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승련 부장판사와 같은 서울고법에서 근무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임명동의안 제출 전 이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청구를 해두었다”며 “해당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에 재산 증식 등 목적은 일체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이 후보자 해명이 납득할만 하신가요?
이 후보자는 로스쿨생이 아닌 아들이 김앤장에서 인턴을 했다는 ‘아빠 찬스’ 의혹, 자녀의 해외 재산 누락 의혹, 배우자의 토지 증여세 납부 회피 의혹 등을 받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직계존비속의 1980년 이후 부동산 거래 내역, 후보자 가족이 상속·증여받거나 상속·증여한 재산 내역, 상속·증여세 세부 내역 등을 모두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19~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비상장 주식을 비롯한 이 후보자의 ‘재산 리스크’가 성범죄·가정폭력 가해자 등에 대한 감형 판결 문제와 함께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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