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2차전지…에코프로는 이달 들어 30% 가까이 하락
지난달까지 급등세를 보이며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2차전지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 열풍의 중심에 섰던 에코프로는 이달 들어 30% 가까이 하락했다.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와 중국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가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코프로 9월 들어 29.20% 하락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29.20% 하락했다. 지난 15일에도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1만4000원(1.55%)떨어진 8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25일 기록했던 종가 기준 고점(129만3000원)과 비교하면 31.17% 하락한 지점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29일) 10만3000원에 마감했던 에코프로는 올들어 ‘2차전지 열풍’을 타고 7월25일에는 종가 기준 129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바로 다음날인 7월26일에는 장중 153만9000원까지 올라 일시적으로 150만원도 넘었지만, 최근에는 하락을 거듭해 90만원선도 내준 상태다.
에코프로 외에도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13.71%), 엘앤에프(-9.81%)등의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10.08%), 포스코퓨처엠(-9.12%), LG에너지솔루션(-5.51%), 삼성SDI(-5.37%)도 떨어졌다.
중국 배터리의 추격…리튬가격 하락
시장에서는 리튬 등 광물 가격 하락으로 실적 우려가 커진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광물(리튬, 니켈 등) 가격이 판가에 연동됨에 따라 양극재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판가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도 이후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낮은 판가에 팔 수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국내 2차전지 기업에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소재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산으로 위기론이 부각됐다”며 “IRA 정책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우회 방법이 시장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CATL과 고션하이테크(Gotion-Hightech) 등은 미국 합작사에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IRA 정책을 우회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IRA로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2차전지주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개인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수급으로 2차전지주 상승을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분위기 변화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는 10개 2차전지 종목의 상승률을 역으로 추종하는 ‘KBSTAR 2차전지 TOP10인버스’ EFT가 상장됐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이후 4거래일간 해당 ETF를 461억원 순매수했다. 10개 2차전지 종목의 상승률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KBSTAR 2차전지 TOP10’ ETF의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107억원)의 4배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인버스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강도 높은 관심도 확인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상반기와 같이 수급 쏠림에 따른 주가 급등이 재현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직 상승을 외치던 개인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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