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스포츠카 다 잡았다…아우디 RS e-트론 GT

김보경 2023. 9.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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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오스트리아·伊 알프스산맥 달리는 글로벌 시승회
고속도로 가속성·산길 안정성 '두마리 토끼' 잡아…배터리성능 안정적

(뮌헨·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있다. 스포츠카도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 완전한 전동화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완성차업체가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를 출시하고 있는데, EV6 GT에 이어 최근 아이오닉5 N을 출시한 현대차그룹도 이 중에 하나다.

현재까지 출시된 전기 스포츠카 중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는 차량은 포르쉐 타이칸이다. 이 타이칸과 '형제' 모델이라고 불리는 차량이 같은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가 내놓은 RS e-트론 GT다.

오스트리아 시골길에서 아우디 RS e-트론 GT 티롤 [촬영 김보경]

지난달 27∼29일(현지시간) 열린 글로벌 시승회에서 아우디 RS e-트론 GT를 타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알프스산맥 코스 750㎞가량을 달렸다.

RS e-트론 GT는 2021년 12월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해 출발 지점인 독일 뮌헨의 한 호텔에서 차량을 처음 마주했다. 선명한 파란색의 4도어 쿠페형 차량은 첫 느낌이 전기차라기보다 스포츠카 감성이 물씬 풍겼다.

아우디의 상징인 6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보닛에서 루프,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미는 여전했다.

다만 큼지막한 에어덕트와 휠이나 차 곳곳에 배치된 고성능 RS 배지는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보여줬다.

평소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호해 천장이 낮고, 운전석이 좁은 스포츠카 착석감을 좋아하진 않지만, 실내는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았다. 중형 수입차 세단 정도의 공간감이었다.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센터패시아가 운전석 쪽으로 향해있는 등 운전자 중심의 콕핏(자동차 조종석) 설계도 운전 시 편의성 제고에 도움이 될 듯싶었다.

운전 중 앞 차량을 찍은 모습 [아우디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운전석에 앉아 센터 콘솔에 있는 버튼식 변속레버를 누르자 시동이 켜졌다. 스포츠카 특유의 '부릉부릉'한 엔진 음향은 없었지만, 전기차 특유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먼저 아우토반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고속도로에 진입해 액셀(가속페달)을 밟자 스포츠카답게 차는 속도를 빠르게 높이며 매끄럽게 나아갔다.

RS e-트론 GT는 최고 출력 646마력, 최대토크 84.7kg.m의 동력성능을 갖췄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도 부스트 모드 적용 시 3.3초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속도제한이 사라질 때마다 다소 급하게 액셀을 밟았는데도 차는 민첩하게 반응했다. 기계식 콰트로 구동보다 5배 더 빠르게 전환되는 전자식 콰트로 시스템 덕분이었는데, 시속 200㎞가 육박하는데도 속도감보다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아우디 RS e-트론 GT 티롤 [촬영 김보경]

하지만 고속도로를 지나 산등성을 타고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길에 들어서자 운전대가 꽉 잡히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시승 기간인 2박 3일 내내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러웠을 뿐만 아니라 차 1대도 지나가기 힘든 유럽 특유의 좁은 길이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길은 2차선이었지만 중앙선이 없어 매번 마주 보는 차량을 피해 달려야 했고, 길가에 안전대가 없어 차 1m 옆은 매번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거기에다 커브 길에서도 속도를 내며 달리는 다른 시승 차를 따라가느라 이마에서 때때로 땀이 흘러내렸다. 총 750㎞의 시승 구간 중 이러한 커브길 비중은 70% 이상이었다.

전기차 충전소를 기대할 수 없는 알프스산맥 코스를 전기차로 달리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러기에 수시로 전비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알프스 산맥에서 아우디 RS e-트론 GT 티롤 [촬영 김보경]

하지만 이러한 산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긴장감은 다소 잦아들었다.

낮은 무게중심과 강화된 접지력으로 땅에 붙어가는 듯한 스포츠카의 주행감이 안정감을 높이면서 장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성능 덕분에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나던 커브 길을 지날 때도 몸이 크게 기울지 않았다. 스포츠카 시승을 트랙이 아닌 산길로 정한 이유가 이해됐다.

또 속도나 지면, 주행 스타일에 따라 차체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305㎜의 고성능 피렐리 타이어가 장착된 점도 편안한 주행을 도왔다.

다른 좌석 승차감도 기대 이상이었는데 경사가 큰 커브 길이 계속 이어졌는데도 조수석에 앉으니 잠이 와 30여분간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데일리카로서 활용도도 있어 보인다. 2억원가량의 가격은 부담이지만 아이들 등하교 차량으로 최적화됐다는 아우디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에 차 시승 전 콧방귀를 뀌었지만, 나중에는 수긍이 갔다.

꼬불꼬불 산길에서도 RS e-트론 GT 티롤에 대한 믿음이 생기자, 알프스의 경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해발 고도 2천474m의 팀멜스요흐 고개를 지그재그로 넘어가다 만난 양치기와 양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오스트리아 쿠타이사텔 지역을 지나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동료 기자들의 차가 묻힐뻔한 해프닝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테슬라 충전기로 충전하는 아우디 RS e-트론 GT 티롤 [촬영 김보경]

아우디 RS e-트론 GT 티롤은 1회 충전 시 국내 기준 350㎞의 주행거리를 보장한다. 하루 평균 250㎞가 넘는 거리를 달렸는데도 배터리 잔량은 적당히 남아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회생제동이 들어가는 시스템이 에너지 효율을 높인 덕이다.

함께 시승회에 참여한 독일 하노버 출신의 스벤 프리드리히 씨는 "이번에 탑승한 아우디 RS e-트론 GT는 동력성능이나 코너링, 핸들링이 엄청난 차"라며 "투어 기간 계속 비가 왔지만, 절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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