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한국의 절반이 사라진다… 미룰 수 없는 국토균형발전[황재성의 황금알]
2: 기업 유치용 ‘기회발전특구’ 신규 지정
3: 우수 지역인재 육성할 ‘교육자유특구’ 운영
4: 부산 등 5개 광역시에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5: 역대 정부, 국토 균형 발전 정책 성과는 낮아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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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며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상황을 더 이상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우리 국민 누구나 거주지 인근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다”며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도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발언은 역대 정부의 해묵은 과제였던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이자 청사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 ‘공정한 접근성’ ‘재정 자주권 강화’ ‘비교 우위 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지역 산업과 연계된 교육’ 등을 골자로 하는 5대 전략과 9대 정책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수위와 강도 측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만큼 국토의 균형 발전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소멸위험지역인데,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이미 절반도 넘는 118곳이나 됩니다. 소멸위험지역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구소멸지수)이 0.5 미만인 곳입니다. 이 지수 수치가 낮으면 인구의 유출·유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국토 균형 발전은 역대 정부가 공통적으로 짊어졌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심지어 이를 빌미 삼아 표심을 겨냥한 선심 행정이나 불필요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건설공사를 남발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그 결과 국토 균형 발전 정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다짐대로 지방을 살려야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균형 발전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로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들도 되짚어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나가면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들도 찾아보겠습니다.
● 지방시대 이끌 5대 전략, 9대 정책 추진
지방시대위원회는 같은 날 5대 전략과 9대 정책을 담은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5대 전략은 국토 균형 발전을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라는 두 개의 축을 토대로 ‘자율’ ‘고정’ 연대‘ ’희망‘의 가치를 담아서 정리한 것으로, ⓵자율성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⓶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 ⓷일자리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 ⓸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⓹삶의 질 높이는 맞춤형 생활복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9대 정책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2027년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입니다. ⓵기회발전특구 지정 ⓶교육자유특구 도입 ⓷도심융합특구 조성 ⓸문화·콘텐츠 생태계(’문화특구‘) 조성 ⓹첨단전략산업 중심 지방경제 성장 ⓺지방 신산업 혁신역량 강화 ⓻매력 있는 농어촌 조성 ⓼지역 민간투자 활성화 ⓽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등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4대 특구(⓵~⓸)‘로 국토 균형 발전의 가시적이고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줄 핵심적인 정책들입니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시키자는 목적에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광역시는 약 500만㎡(150만 평), 도 지역에서는 660만㎡(200만 평) 이하 규모로 조성되는 일종의 경제특구입니다. 여의도(290만㎡)의 2배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전에도 국토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 다양한 형태의 경제특구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는 그 원인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면서 지방의 수요와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또 특구에 제공되는 인센티브 수준이 낮고, 초기 투자 지원에 한정된 점도 문제로 봤습니다.
따라서 기회발전특구에는 설계단계부터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거주 여건 개선 등 10가지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상속세 △양도소득세 △소득‧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부여할 방침입니다.
또 기업의 지방지역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한 특례를 지방정부가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택 특별공급 △주택 양도세 특례 부여 △초·중·고 설립 지원 등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지방에서 일하기 좋은 거주 환경을 마련해줄 계획입니다.
교육자유특구는 능력 있는 인력 양성과 정착을 위한 핵심적인 조건 가운데 교육 환경이 차지하는 판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즉 지방에 거주해도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없이, 지역인재가 공교육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자유특구에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의 공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도입합니다.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지방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역 맞춤형 공교육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달 중 정부 시안을 발표하고, 11월에는 공청회 개최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시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또 12월에 시범사업을 공모한 뒤 2024년부터 시범운영을 실시할 방침입니다.
●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대 특구 집중 추진
도심융합특구에서는 도시·건축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입지규제 최소구역)해 도심에 고밀도 복합개발을 가능토록 하고 규제자유특구 등 각종 특구를 복수로 적용해 각각의 특구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선도 사업지로 선정한 5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에서 내년부터 지역별 특색을 살린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부산은 센텀2 도심첨단산업단지 일대에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인공지능에 특화된 사업단지가 들어서게 됩니다. △대구는 옛 경북도청-삼성캠퍼스-경북대 일대
△광주는 광주시청 인근 상무지구 △대전은 옛 충남도청과 KTX대전역 일대 △울산은 울산KTX역-테크노파크 일대에 각각 미래형 첨단산업단지와 문화시설 등이 조성됩니다.
문화특구는 지방의 ‘로컬리즘(지방다움)’을 콘텐츠·브랜드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자산으로 키우자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올 12월에 7개 권역별로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13개 ‘문화특구(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한 뒤 도시별로 최대 2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문화 향유 프로그램 개발 △문화공간 조성 △지역문화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생산·확산 △문화인력 양성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지방 공연예술단체와 지역 공연·전시의 창작·제작·유통에 총 490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또 특색있는 로컬 여행 콘텐츠를 활용한 ‘워케이션’(일을 뜻하는 ‘Work’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를 의미) 프로그램과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체류형 여행 모델도 확산시켜 나갈 방침입니다.
지방의 자원·문화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가치 창업가(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역 대표기업인 로컬 브랜드 육성하는 사업도 추진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변 소상공인과 협업하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산을 연결해 골목상권을 넘어 골목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내년 예산으로 88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좌우 없이 국토균형발전 외쳤지만 수도권 집중 가속화
국토 균형 발전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핵심 정책과제로 삼았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이후로는 최상위 국정과제로 국가 균형 발전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노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수도권 소재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1개), 혁신도시(10개), 기업도시(6개) 건설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일자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경쟁력 있는 지역 창조’를 내세운 뒤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5+2 광역경제권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또 ‘5+2’의 7개 광역경제권에다 163개 시·군의 기초생활권, 7개 초광역벨트권 육성전략을 담은 ‘3차원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지역희망: HOPE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으로 △지역행복생활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 △교육여건 개선 및 창의적 인재 양성 △지역문화 융성 및 생태 복원 △사각지대 없는 지역복지·의료 구축 등을 추진했습니다. (이상대, ‘지역발전정책의 전개 동향과 향후 방안-국토연구 제100권 기념 특별논단’)
지난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1일 개최된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선포식’에 참석해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려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에 맞춰 정책과제 달성을 위한 ‘3대 전략’과 ‘9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는 수도권 인구 집중 가속화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였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가 ‘지역 내 총생산(GDRP)’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GDRP가 2015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그 격차가 5.6%포인트(p)로 커졌습니다. 취업자의 50.5%(기준시점·2021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100대 기업의 본사 가운데 86%(2022년)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전체 인구의 50.5%(2022년)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이 그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임을 반증합니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이 반드시 성공해 대한민국이 또다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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