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와 ‘합의 하에’ 성접촉?…요양원장의 황당한 주장
피해자들은 보통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입은 피해 사실을 진술합니다. 하지만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 의사를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신체 상태인 어르신들, 생활하고 있는 시설에서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합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발생한 범죄는 이런 어르신들에게 특히 더 불리합니다. 범죄 현장은 해당 시설이고, 주변 목격자는 제한적입니다. 여기에 어르신들이 피해 진술까지 못 한다면, 사실상 사건은 묻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시설은 선량하게 운영을 하겠지만, 이런 점을 악용한 요양원장이 있습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A 씨입니다. 어르신들의 약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법정에서도 그 점을 이용해 일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A 씨는 법정에서 뭐라고 했을까요? 지난해 확정 판결을 받은 A 씨의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치매' 할머니와 '시각장애인' 할머니 성추행
경북 영주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한 A 씨. 2021년 중순쯤 할머니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 씨가 성추행한 할머니들은 '치매' 할머니와 '시각장애인' 할머니.
여러 차례에 걸쳐 할머니들을 성추행했는데, A 씨는 법정에서 시각장애인 할머니에 대한 성추행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치매 할머니에 대한 범죄 사실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치매 할머니가 요양원장에게 호감이 있었고, '합의 하에' 성접촉을 했던 것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인지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요양원 직원 B 씨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는 치매가 심해 일상 생활이 누구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 변을 못 가리신다"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7년 취업 제한을 명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요양원 관계자들을 만나러 현장에도 가봤는데요. 가보니 문은 닫혀 있었고, 관계자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만 주민들을 인터뷰했는데, 주민들은 요양원장이 목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요양원은 'ㄱ'자 형태의 건물로 교회와 요양원이 붙어있었습니다.
■거동 어려운 할아버지 성기를 비닐봉지로 묶은 요양병원
이번에는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폐가 안 좋아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신 C 씨. 지난 6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요양병원 측이 아버지의 성기를 비닐봉지로 꽉 묶어두고 있었던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비닐봉지 안에는 아기 기저귀도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C 씨는 "거동이 가능한 아버지에게 이렇게 한 것"이라며 "어머니가 씻겨드리러 들어갔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충격적이고 말도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어 '아버지께서 왜 말을 못하고 계셨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말을 못 하고 계셨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병원 측은 C 씨에게 "남성분들의 경우 신체 구조 때문에 소변을 보실 때 기저귀를 하셔도 허벅지 안쪽 등에 묻는 경우가 있다"며 "자극으로 피부가 상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할아버지들에게도 비슷하게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엄연히 학대 범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판정위원으로 활동한 이주형 변호사는 "성기를 비닐봉지로 묶은 케이스를 우리 지역에서는 계속 학대라고 판단해왔다"며 노인 인권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도 KBS와의 통화에서 "업계에서 관행처럼 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년 전, 한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자도 시설에서 어르신들의 성기를 묶어 소변을 받은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를 받았습니다. 2년 전에 확정된 판결인데, 지금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준비는?"
2024년이면 우리나라도 이제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이합니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건데요.
물론 선량하고 성실한 요양원과 요양병원,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등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 기관에서 벌어지는 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사후적인 처벌과 단편적인 관심을 갖기엔 이미 노인 인구가 너무 많아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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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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