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공장 노동자가 빌보드 1위에 오른 까닭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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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썼던 글에 이어 이번 주도 컨트리에 대해 적는다(〈시사IN〉 제830호 '평범한 컨트리곡이 빌보드 1위인 까닭' 기사 참조). 혹여 동어 반복을 우려한다면 그 걱정, 살포시 내려놓기를 바란다.
그는 자신의 곡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Rich Men North of Richmond)'로 8월26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로 핫샷 데뷔(발매 직후 1위)했다.
따라서 이 글을 쓰는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그의 곡을 검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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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썼던 글에 이어 이번 주도 컨트리에 대해 적는다(〈시사IN〉 제830호 '평범한 컨트리곡이 빌보드 1위인 까닭' 기사 참조). 혹여 동어 반복을 우려한다면 그 걱정, 살포시 내려놓기를 바란다. 그것과는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가수 이름은 올리버 앤서니. 그는 자신의 곡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Rich Men North of Richmond)’로 8월26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로 핫샷 데뷔(발매 직후 1위)했다. 이전까지 올리버 앤서니는 빌보드 그 어떤 차트에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단번에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며 새로운 전기를 쓴 것이다. 빌보드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유튜브의 힘이었다. 12일 만에 3000만 뷰를 찍으면서 순위가 상승하는 데 기폭제 구실을 했다. 따라서 이 글을 쓰는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그의 곡을 검색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음반사와 계약조차 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는 전업 뮤지션이 아니다. 자동차를 숙소로 삼고 살던 공장 노동자 출신이다.
열일곱 살에 고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사고를 겪었고 10년간 일용직을 전전했다.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는 실제 공장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작곡한 노래다. 한데 이 곡, 진짜 별것 없다. 음악적으로 의미 없다는 게 아니다. 뭔가 ‘음악적인 기술’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냥 기타 연주에 올리버 앤서니의 목소리가 전부다. 한데 이게 먹혔다. 그의 목소리가 뿜어내는 설득력에다 현실에 밀착된 가사가 맞물리면서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곡 제목을 봐야 한다. Rich Men North of Richmond, 해석하면 ‘리치먼드 북쪽에 사는 부자들’ 정도 된다. 적시하면 이것은 워싱턴 DC의 미국 정치 엘리트들을 가리킨다. 핵심 가사는 이렇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영혼을 팔고 있지/ 초과근무를 해도 월급은 허접해/ 버는 돈은 쥐꼬리 같은데 끝도 없이 세금으로 흘러가/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 때문이지.”
그의 곡은 개선될 수 없는 삶에 대한 우울과 분노로 가득하다. 좌든 우든 가리지 않고 자기들, 구체적으로는 하층민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 엘리트 정치인들을 향해 여과되지 않은 삶의 언어를 쏟아낸다. 따라서 그의 곡은 위 칼럼에서 소개한 모건 월런, 제이슨 앨딘과는 결이 다르다. 요약하면 둘 모두 특정 집단이 ‘대놓고’ 밀어준 결과였던 반면 올리버 앤서니의 부상은 밑에서부터 솟구쳐 오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는 차이를 지닌다.
돈 냄새에 민감한 레코드 회사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그에게 800만 달러짜리 초대형 계약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유명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뮤지션이 레코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도 스타가 되는 시대다.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의 유튜브 조회수는 4500만 회, 스포티파이 플레이 횟수는 2700만 회가 넘었다. 현재 미국에서 올리버 앤서니는 가장 뜨거운 이름이다.
이렇게 올리버 앤서니는 희망 따위 사치인 삶 속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관심 갖지 않았던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는 말한다. “우파는 나를 자기들과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좌파는 나를 깎아내린다. 참 우습다. 내 노래는 민주당, 공화당이 아닌 더 큰 문제에 관한 것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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