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고 가을 오니…에코프로 가고 ‘삼성전자의 계절’ 오나 [투자360]
에코프로는 황제주 지위 반납
전문가들, 2차전지 조정국면 불가피 전망
4분기 차별화 반등 관측도
[헤럴드경제=서경원·신동윤·권제인 기자] ‘에코프로 가고 삼성전자 오나요’ (지난 15일 한 온라인 주식게시판)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에코프로그룹의 주가가 지난주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올 들어 상승했음에도 불구, 답답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주 모처럼 분명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2023년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주 혹독한 조정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한주 동안에만 1700원이 올라 7만2000원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2000원대를 회복한 건 지난 7월 18일 이후 약 두달만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지만, 최근 2차전지 관련주가 조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시 주도주의 바통이 반도체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은 일단 차익실현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개인들은 지난 14일에도 3000억원 가량 넘게 순매도했다.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 물량을 기관이 다 받고 있다. 기관은 14일 36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 중에서도 신규 매수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14일은 매수보다 매도 물량이 많아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매수 물량도 1000억원이 넘었다. 이에 지금인 삼성전자 매수 시점인지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주 100만원선이 붕괴되면서 ‘황제주’ 지위를 내려놨다. 지난주에만 13만원 넘게 하락하면서 89만원까지 내려왔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일주일새 2만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28만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2차전지가 수급 감소로 인한 밸류에이션 부담 탓에 한동안 조정 국면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4분기 정도로 예상되는 반등세의 시작 지점과 강도는 배터리셀·소재주, 종목별로 차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헤럴드경제는 6개 증권사 소속 2차전지 부문 연구원 6명을 대상으로 2차전지 섹터 주요 종목 주가의 현 위치와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2차전지주 하락세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설명한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만큼 주가 조정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종목을 중심으로 ‘버블(거품)’이 꺼지는 주가 현실화 과정”이라 했고,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2차전지주 주가가 내년까지 이어질 ‘박스권’ 흐름의 하단에 근접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의 수급을 양극재 중심으로 한 2차전지 주요주 주가 급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정원석 연구원은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강화된 것보다는 수급이 쏠리면서 밸류에이션이 높게 책정된 상황이었다”며 “최근 한달 내 발생한 주가 하락세는 투심 약화로 수급 상황이 깨지면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탓”이라고 말했다.
정재헌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비 (에코프로 등) 대표 2차전지 종목에 대한 개인 수급이 순매도로 돌아선 상황 속에 기관·외국인 투자자마저 2차전지 외 반도체·바이오 등 다른 섹터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와 리튬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2차전지 관련주의 2·3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투심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광물 가격 하락 탓에 배터리 판매가가 하락하면서 2차전지 소재주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적 악화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정재헌 연구원은 “최근 3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하향 추세”라며 “성장주의 특성상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낮아질 경우 기대감의 소멸로 주가가 다른 종목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차전지주 주가의 향후 향방은 종목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선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 등 대표 소재주의 경우 현재 주가 수준에서도 ‘조정’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용욱 연구원은 “2030년에 발생할 매출·이익 등을 끌어다 도출한 밸류에이션도 현재 주가 수준을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연구원도 “다른 2차전지 종목들에 비해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 소재주가)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다만, 이용욱 연구원은 “연말까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대표 양극재 기업의 추가 수주 소식이 전해진다면 주가 역시 충분히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정원석 연구원은 “주가 하락이 급격했단 점에서 단기 주가 반등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배터리셀 3사의 주가 전망에 대한 평가는 소재주와 다소 달랐다. 정재헌 연구원은 “리튬 등 메탈 가격 하락으로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현상이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제조 원가 역시 함께 떨어지는 만큼 견조한 실적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6개월 내 단기간 주가 전망은 배터리셀이 양극재 등 소재주에 비해 낫다”고 강조했다. 이용욱 연구원도 “배터리셀 주가 흐름은 미국 등에서 가동 중인 조인트벤처(JV)의 생산능력(CAPA) 증설, 실적 등 눈에 보이는 모멘텀에 따라 소재주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관련 이슈가 2차전지주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코스피는 지난 15일 중국 경제지표가 개선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수에 26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39포인트(1.10%) 상승한 2601.28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2600선을 회복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2.09포인트(0.08%) 오른 2574.98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7억원, 1조682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1조1278억원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 준비율을 낮춘 데 이어 오늘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가 개선된 점이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더해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Arm이 성공적인 상장을 기록하며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4.5% 늘었다고 발표했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중국 당국이 하반기 들어 내수 진작과 소비 촉진책을 내놓은 가운데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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