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하정우, 여름 하정우 이길까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하정우의 흥행 도전이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진다.

추석 시즌 하정우가 선보이는 주연작은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이다. 영화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출자 강제규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손기정과 서윤복 등 실존했던 해방기 우리나라 유명 마라톤 선수들의 실화를 담은 작품.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선 서윤복과 감독 손기정의 출전기를 그렸다.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베를린의 영웅 손기정을 연기했다. 손기정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전설적인 육상 영웅. 하정우는 식민지 시기 금메달을 딴 치욕과 설움을 간직한 메달리스트이자 지도자 손기정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1947, 보스톤'은 추석에 어울리는 요소들을 탑재한 작품이다. 감동적인 실화를 다루고 있으며, 코미디적 요소와 드라마적 요소가 골고루 뒤섞여 있다. 연출자인 강제규 감독은 전작들에서 발휘했던 드라마 연출 능력을 발휘해 지루함 없이 극을 이끌었다.

하정우와 이번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는 임시완, 배성우다. 임시완은 제2의 손기정이라 기대를 받는 서윤복으로, 배성우는 손기정의 선배이자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으로 분했다. 하정우는 두 사람과 극중 끈끈한 우정의 서사를 쌓아간다. 특히 세 사람이 함께 보스톤에 가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후반부에서는 백남현(김상호 분)까지 합세해 네 명의 캐릭터가 유쾌한 티키타카와 앙상블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하정우는 가볍고 따뜻한 분위기의 캐릭터들의 중심에서 무게를 잡으며 이미 알려져 있는 실존 인물의 아우라를 안정감 있게 재현해냈다.

하정우는 지난 여름에도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성수기 흥행'에 도전했었다. '끝까지 간다' '터널' '킹덤'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 주지훈이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평단과 대중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100만명 남짓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관객들의 영화 선택 패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관객들은 OTT 서비스의 발달과 상승한 티켓 값으로 인해 극장에 갈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작품만을 선별해 보는 경향이 생겼는데 전문가들은 거기에 입소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이번 여름 극장에서 성공한 작품으로는 '밀수'(감독 류승완)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정도가 꼽히고 있는데, 두 영화 모두 상반기 '범죄도시3'가 도달했던 천만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영화 업계는 관객들의 달라진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에 있으며, 그 사이 팬데믹 이전에 만들어둔 대작들이 하나 둘 개봉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시험대 위에서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하정우의 신작 '1947 보스톤'도 '비공식작전'이 그랬듯 예상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개봉해 흥행 경쟁을 치를 예정이다. 여름에는 다소 아쉬움을 맛봤던 하정우가 이번 영화로는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감을 준다. 특히 하정우의 경우 '백두산'(2019) 이후 영화로는 만족할만한 흥행작을 만나지 못한 만큼 더욱 간절한 추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작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과 '거미집'(감독 김지운)이다. 세 작품 중에서도 '1947 보스톤'은 가장 정통적인 스타일의 추석 영화이기에, 뒤바뀐 환경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흥행 성적을 기대해봄직하다. '1947 보스톤'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