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빌 곳이 있긴 한데…中부채 뇌관이라는 'LGFV'의 속은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 9. 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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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블룸버그
중국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부채가 중국 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LGFV 부채가 급증하기 시작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시 후진타오 정부는 경기가 침체되자 성장률 8%를 달성하기 위해, 4조위안(720조원)의 초대형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4조위안 중 1조1800억위안(212조원, 30%)은 중앙정부가 내놓았지만, 나머지 2조8200억위안(508조원, 70%)은 민간과 지방정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이때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적극 활용한 창구가 바로 LGFV다. 지방정부가 채권을 직접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LGFV라는 특수법인을 만들어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그런데, 2009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LGFV 부채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중국 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왕타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재정이 직면한 도전과 지방융자플랫폼 채무 리스크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LGFV 부채 문제를 전반적으로 짚었다.

왕타오 UBS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중국 인터넷

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민대 경제학 학사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인물이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UBS로 옮겼으며 중국 경제를 분석하면서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왕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를 보면서 중국 LGFV 부채 문제를 살펴보자.

중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50%? 98%?
중국 정부의 부채는 얼마나 되며 왜 LGFV 부채가 문제일까?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3월말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279.7%를 기록했다. 가계(63.3%), 기업(165.7%), 정부(50.7%) 모두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더이상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왕 이코노스미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공식부채는 GDP의 약 50%(61조위안, 1경980조원)으로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편은 아니다. 선진국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 2022년말 일본의 정부 부채 비율이 GDP의 265%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은 123.4%까지 올랐다.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는 GDP의 49.4%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중국 정부 부채는 중앙정부 부채 약 26조위안(GDP의 21.4%)과 지방정부의 공식부채 35조위안(GDP의 28.9%)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에 LGFV 부채가 포함되지 않았다. LGFV 부채(GDP의 48%)를 포함하면 중국의 정부 부채 비율은 GDP의 98%로 급증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8년 11월 중국이 4조위안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을 때, 중앙정부의 예산지출로는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지방정부는 사실상 국유기업인 LGFV를 설립해서 은행 대출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서 도로, 항만, 교량, 상수도 등 인프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때 LGFV의 주요 임무는 지방정부의 암묵적 보증을 이용해 지방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이런 암묵적 보증은 △지방정부의 재정 보조금 △정부의 공공조달 △국유자산 불하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대다수 LGFV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많지 않고 재무구조의 건전성도 낮은 게 문제다.

하지만 LGFV가 조달한 자금이 공식적인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숨겨진 채무는 끊임없이 늘어났다.

1경원이 넘는 중국 LGFV 부채
왕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중국 LGFV의 부채규모는 약 58조6000억위안(약 1경550조원)에 달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부채의 평균 금리가 5~6%라고 가정하면 매년 이자부담만 2조9000억~3조5000억위안(520조~630조원)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 LGFV 부채를 2022년 말 기준 약 66조 위안(1경188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신 왕 이코노미스트는 58조6000억위안의 LGFV 부채 중 72%(42조7000억위안, 7690조원)를 지방정부의 숨겨진 채무로 봐야 하며 나머지 28%는 상업성 기업 채무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왕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LGFV 부채 중 약 61%가 은행 대출(35.9조위안)이며 23%가 성투채(13.2조위안), 10%가 리스회사 등 비은행기관 대출(5.9조위안), 6%가 신탁 등 대출(3.6조위안)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중 도시투자채권으로 번역할 수 있는 성투채(城投債)가 바로 LGFV가 발행한 채권이다.

LGFV가 중국 금융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막대하다. 중국 은행의 LGFV에 대한 대출은 전체 기업대출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방은행과 농촌상업은행의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대형 국유은행보다 훨씬 크다. LGFV가 발행한 도시투자채권도 중국 전체 회사채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은행 전체의 LGFV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이 약 49조위안(8820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중국 은행 총자산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만약 LGFV가 전반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면 중국 금융에 태풍이 휘몰아칠 수 있다는 의미다. LGFV 중 35%는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이자상환이 불가능하며 81%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열악한 것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LGFV 부채 문제가 부각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서 지방정부가 LGFV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자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 수입이 지난해 23%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1% 줄었다. 토지 매각 수입은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재원이다.
/사진=블룸버그

특히 경제가 낙후된 지역이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인당 GDP가 20만위안(3600만원)에 육박하는 베이징, 상하이는 LGFV의 자금조달 비용이 약 3%에 불과하지만, 5만위안(900만원) 불과한 칭하이, 윈난은 7%를 상회했다. 경제력이 덜 발달한 지역의 LGFV 부채 문제가 먼저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LGFV 부채의 유동성 위기가 눈앞에 있다고 단언하긴 이르다. 중국 지방정부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도시투자채권이 디폴트(채무불이행)되는 걸 막아서 자금조달 능력을 유지할 것이다. 또 은행과 적극 협상해서 LGFV 대출을 연장하는 한편 소규모로 LGFV 부채의 채무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 지방정부는 지방 국유기업 자산을 매각해서 LGFV 부채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 2021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국유기업 자산규모는 206조위안(3경7080조원)에 달한다. LGFV 부채의 3.5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의 고위관료는 국유자산 유실로 인한 문책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국유자산 매각 카드는 여태껏 손대지 않고 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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