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동안 해외로 퍼진 한국의 '정(情)'…오리온 초코파이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주동일 기자 2023. 9.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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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초코파이 1974년 출시…'세계인의 K푸드'로 성장
글로벌 공략…중국·베트남·러시아 현지화 전략으로 인기
1974년 출시 당시 오리온 초코파이. (사진=오리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내년(2024년) 출시 50돌을 맞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반세기 가까이 쌓아온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 등 여러 국가의 문화와 트렌드에 발맞춘 신제품을 지속 출시해오고 있다.

실제 초코파이는 지난해 글로벌 연매출 5600억원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1974년에 첫선을 보인 초코파이는 1997년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에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다. 2017년 글로벌 연구소가 출범한 뒤 각 법인의 R&D(연구개발) 역량을 통합해 각 소비자와 시장 특성에 맞춘 새로운 맛의 초코파이를 매해 선보이고 있다.

초코파이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 이후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1970년대에 등장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 오리온 연구원들은 1970년대 초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중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봤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구원들은 2년여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통해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 1974년 4월 초코파이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초코파이는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섬세하게 변화해왔다. 2015년 10월엔 가격 인상 없이 개당 무게를 35g에서 39g으로 증량했다. 초콜릿 양은 약 13% 늘리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89년 오리온 초코파이 패키지. (사진=오리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6년 3월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情(정) 바나나'를 출시했다. 바나나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탄생 42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자매 제품으로 대중적인 과일을 사용해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부터는 시즌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초코파이情 딸기'를 시작으로 매년 봄마다 '초코파이 딸기&요거트' '초코파이 피스타치오&베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21년 선보인 겨울 한정판 '초코파이情 해피베리쇼콜라'는 오리온 자체 소비자 조사에서 '다시 맛보고 싶은 제품 1위'로 꼽히는 등 계속되는 요청으로 2022년에 재출시되기도 했다.

지난 4월엔 프리미엄 디저트 '초코파이 하우스'를 상온 제품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초코파이 하우스는 2017년 초코파이를 프리미엄 디저트로 재해석했다. 특히 수분 함량을 높여 촉촉한 소프트 케이크에 '스노우 마시멜로'를 넣어 부드러운 식감을 높였다.

철저한 품질관리도 초코파이의 장수 비결로 꼽힌다. 실제로 1995년 중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짓던 당시 '제품에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그해 여름 중국 남부지역에 이례적인 장마가 찾아오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오리온은 생산 제품 전량을 리콜하기로 결정하고, 수거한 제품 10만개를 한데 모아 불에 태웠다. 공기 투과가 잘되는 당시 투명 포장지도 변경했다.

큰 손실이 있었지만, 이런 철저한 관리가 중국 각지 딜러에게 소문이 나 오히려 신뢰를 얻고 급속하게 판매가 늘었다.

초코파이 소각 사건을 계기로 초코파이 개발팀은 1996년 1년여 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초코파이 연구에만 매달렸다.

최적의 수분 함량을 찾기 위해 수술용 메스를 이용해 정교하게 파이를 분해했고, 수분의 함량을 10~15%로 조정해 미생물 번식과 식감 차이를 분석했다.

베트남의 제사상에 올라간 초코파이. (사진=오리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끝내 최적 수분 함량 '13%'를 찾아낸 오리온은 이 덕에 방부제나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러시아와 중동 지역에서도 6개월 넘게 품질을 유지하는 초코파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초코파이는 현재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한 해 35억개 넘게 팔리고 있다.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는 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초코파이의 원재료 스펙과 제조공정, 품질관리 등을 동일하게 유지 관리하고 있다.

초코파이를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에서 초코파이 포장지에 '정(情)'을 새겨넣듯, 중국에선 소비자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인 '인(仁)'을 삽입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친근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의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초코파이는 ▲2017년 '초코파이 다크' ▲2019년 '복숭아맛' ▲2020년 '요거트맛' ▲2022년 '몰레' '수박맛' 등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러시아에선 2011년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먹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대통령도 즐기는 간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2019년부터는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먹는 러시아 현지 문화에 착안해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인도에선 2021년 3월 첫 선을 보인 '초코파이 오리지널'에 이어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딸기' '망고' 등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인도에서 고품질 원료와 이국적인 풍미의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착안해 기존 초코파이에 새로운 맛을 더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이슬람 문화권 소비자를 위해 돈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마시멜로우를 만드는 대신 우피 젤라틴을 사용하고, 힌두교를 믿는 인도 제품엔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를 사용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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