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19년…여성계 "피해여성 처벌로 성매매 근절못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성매매 여성들이 처벌받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범죄 피해를 입어도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없고 더욱 취약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가 근절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활동가 '혜진'(활동명)은 성매매처벌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성매매가 꾸준히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가부 실태조사에서 남성 평생 성구매 경험율 42%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성매매 여성들이 처벌받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범죄 피해를 입어도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없고 더욱 취약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가 근절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활동가 '혜진'(활동명)은 성매매처벌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성매매가 꾸준히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여성계에서는 성매매를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착취라고 보고, 성매매 방지법·처벌법 시행 이전부터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주장해왔다.
두 법률은 2004년 3월22일 제정돼 같은 해 9월23일 시행돼 시행 19년째를 앞두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성매매 알선자, 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본격화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위계·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청소년, 장애인인 경우가 아니면 성매매 여성도 함께 처벌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여성계 시각이다.
혜진은 "성매매는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여성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남성들의 자연스러운 성욕에 의한 현상이 아니라 '성별 간 권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 10명 중 4명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는 통계는 성매매가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착취'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19년 성매매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만 20세 이상 60세 미만 성인 남성 1천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평생 한 번 이상 성 구매를 경험한 비율은 42.1%였다.
호기심(28.6%)으로 성 구매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입대 등 특별한 일 전에(20.4%), 회식 등 술자리 후(18.9%)가 그 뒤를 이었다.
혜진은 "성 판매 여성은 업주나 성 구매자에게 폭행, 불법 촬영, 성범죄를 당해 신고를 해도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이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성매매는 근절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만 해도 성매매로 검거된 성판매자와 성구매자는 4천600여명이나 된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9월 11일까지 성매매는 총 2천268건 발생했고, 성 판매자 및 구매자 4천611명이 검거됐다.
지난 3년간 성매매는 2020년 3천402건, 2021년 3천147건, 2022년 3천680건 발생해 각각 9천19명, 7천134명, 7천501명이 검거됐다.
성매매 추방 주간이 시작하는 오는 19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을 비롯해 전국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서울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9월 19일은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에서 화재 참사가 일어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에는 쇠창살이 있는 방에서 매를 맞으며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사회적 충격이 컸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재정의됐고, 2004년 성 매수자, 알선자를 처벌하고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성매매 처벌법과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됐다.
key@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부모-자녀 모두 부양 '마처세대' 60년대생…30% "난 고독사할것" | 연합뉴스
- 93세 미디어 재벌 머독, 26세 연하 은퇴 과학자와 5번째 결혼 | 연합뉴스
- 하천가서 목줄 안한 개와 충돌한 자전거 운전자 숨져 | 연합뉴스
- "귀를 막을 수도 없고"…북한군 흔드는 대북 확성기 위력은 | 연합뉴스
- 사망 훈련병 동료들 "쓰러지기 전 건강 이상 보고한 적 없어"(종합) | 연합뉴스
- 음란 신체 사진 부하 여경에 보낸 제주 경찰관 구속 | 연합뉴스
- 아들 학폭 담당 교사에 민원…프로야구 코치 '교권침해' 결론 | 연합뉴스
-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부탄가스 5천600개 폭발 장소는 인도 | 연합뉴스
- 남해 다랭이마을서 70대 관광객 해변가로 추락해 중상 | 연합뉴스
- '학대 논란' 속 대중 공개 앞둔 푸바오, 막바지 적응훈련 한창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