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⑧ 타케시 치노 바이낸스 재팬 대표 “코인 100개 상장 목표… 크립토 윈터 곧 끝난다”
바이낸스 재팬, 8월 공식 출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34종 거래 지원
ETF 승인되면 크립토 생태계 커질 것
“바이낸스가 일본 시장에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일본 금융 당국에 잘 전달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당국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솔직해야 한다는 겁니다. 거짓말하면 안 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바이낸스 재팬의 타케시 치노(Takeshi Chino) 대표는 금융 당국과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일본거래소그룹(JPX)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이른바 전통금융 출신이다. 이후 PwC 재팬, 크라켄(Kraken) 재팬 등을 거쳐 바이낸스에 합류했다.
일본은 신규 가상자산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받는 게 어려운 점 등이 우리나라 가상자산 규제와 일정 부분 유사하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는 이미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 진출을 시도했다. 일본에선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 한국에선 고팍스가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고팍스는 사업자 변경 신고도 몇달 째 수리되지 않고 있지만 바이낸스 재팬은 일본 금융 당국과 논의 끝에 지난달 출범했다. 일본은 최근 들어 가상자산 시장에 문을 활짝 여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가 웹 3.0 산업을 경제회복 계획에 포함시키는 등 규제 완화로 정책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낸스 재팬은 엔화 거래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에이다 등 가상자산 34종을 거래 지원하고 있다. 이는 일본 주요 거래소인 비트뱅크(30개), GMO코인(26개), 코인체크(22개) 등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규모다. 지난 8일 타케시 치노 바이낸스 재팬 대표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다음은 타케시 치노 대표와 일문일답.
―바이낸스 재팬에서 제공하고 있는 주요 서비스는 무엇인지.
“현재 갖고 있는 라이선스로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우선 바이낸스 재팬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바이낸스코인(BNB) 등 암호화폐 34종의 현물 거래를 지원한다. 또 수탁 서비스(커스터디)도 있다. 커스터디는 금융기관에서 고객의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해 주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앞으로 100개 이상의 토큰을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들었다.
“일단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플랫폼인 바이낸스 닷컴에 이미 상장돼 있는 코인 중에서 일본 고객들에게 적합한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물론 일본 규제적으로 안 되는 코인은 제외하고 이 중에서 최대한 많이 상장시키려 한다. 두 번째는 일본 오리지널 코인을 상장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결과가 성공적이면 역으로 바이낸스 닷컴으로 상장시키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일본에 적합하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적합하지 않은 두 가지는 프라이버시 토큰과 갬블링(도박)이다. 익명성 보장을 내세운 프라이버시 토큰은 당국 입장에서 봤을 때 범죄나 자금 세탁에 사용될 소지가 있어 허가되지 않는다. 또 일본에서 파칭코 등의 도박은 허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도박이 완전 합법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따져보면 갬블링은 불법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사업 철수 2년 만에 재진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엄밀히 말하면 재진출이 아닌 진출이라 생각한다.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있기에 과거엔 바이낸스 닷컴으로 일본 고객을 받아 왔다. 하지만 바이낸스 경영진이 진지하게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웹 3.0 환경에서 규제 당국과 잘 소통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규제에 맞춰 일본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바이낸스 재팬 출범을 위해 당국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는데 과거 경험이 도움이 됐다. JPX에서 오래 일하며 관계자들과 잘 아는 사이였고, 크라켄 재팬에 있을 때도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전통 금융과 달리 어떤 기업을 인수할 때 사전에 알릴 의무는 없지만, 바이낸스는 SEBC 인수 시 일본 시장 진출 계획을 먼저 알렸다. 먼저 투명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당국에 공개하는 게 더 나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문화로 알려진 일본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사회가 보수적이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건 맞다. 그런데 정부나 대기업 등 큰 사회적 틀에서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끼고 이에 따라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필두로 경제산업성이 ‘웹 3.0 백서’를 승인하는 등 정부가 먼저 웹 3.0 산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도요타, NTT도코모 등 전통적인 대기업이 나서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웹 3.0 백서에 대응하는 방안은.
“웹 3.0 백서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뿐 아니라 탈중앙화자율조직(DAO)에 이르기까지 웹 3.0 관련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담았다. 이로 인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존하는 자산에서 블록체인으로 옮길 수 있는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웹 3.0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 실물 경제와 블록체인 경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토큰이 빨리 상장되지 못하는 점 등 백서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해결되면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블록체인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10년은 너무 길고, 3년을 생각해 보면 전통 금융기관 등 더 많은 기관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게 되면, 월 스트리트·도쿄·서울 등 큰 주식 시장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현재 크립토 생태계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데, 만약 ETF가 허용되면 기존 전통 금융 시스템에 있던 사람들이 크립토 시장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럼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시장 침체기)가 끝나고 생태계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바이낸스 닷컴에 있는 일본 고객들을 바이낸스 재팬으로 데려오는 ‘이주(migration)’를 완성하는 게 올해 목표다. 내년은 스테이블 코인, 파생상품 서비스 등 라이선스가 필요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싶다. 올해는 이를 위한 준비 단계로 보고, 내년에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타케시 치노 바이낸스재팬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 ▲영국 옥스퍼드대 Said 비즈니스 스쿨 ▲도쿄 증권 거래소 및 일본 증권 정산 공사 ▲PwC 재팬 ▲크라켄 재팬 일본 부문 총괄 및 경영 이사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협회(JVCEA) 부회장 및 일본 암호화폐 비즈니스 협회(JCB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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