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금리 왜 안오르나”… 예금금리 상승에도 ‘요지부동’
시장금리 연동돼 예금금리는 상승
은행권, 적금보다 예금 유치하려
예금 규모 큰 고객만 고금리 혜택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적금금리는 요지부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은 확정된 규모의 자금이어서 은행이 1년 이상 운용할 수 있지만, 적금은 금액도 작은 데다 예치금이 조금씩 늘어나는 구조여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대표 정기예금 상품 평균 최고금리는 지난 5월 말 기준 3.42%에서 이날 기준 3.82%로 0.4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대표 적금 상품 평균 최고금리는 4.08%로 그대로였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대표 예금인 ‘하나의 정기예금’은 5월 연 3.40%에서 현재 연 3.90%로 0.50%포인트 인상하며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40%에서 연 3.85%로 0.45%포인트,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은 연 3.46%에서 연 3.80%로 0.34%포인트,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연 3.45%에서 연 3.73%로 0.2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이날 기준 4대 은행 대표 정기적금 최고금리는 ▲KB국민은행 ‘KB내맘대로적금’ 3.25% ▲신한은행 ‘신한 알.쏠 적금’ 4.30% ▲하나은행 ‘내맘적금’ 4.15% ▲우리은행 ‘우리super주거래정기적금’ 4.65%로 지난 5월과 비교했을 때 같았다.
최근 예금금리는 오르지만, 적금금리가 그대로인 이유는 시장금리 연동 여부 때문이다. 예금금리의 경우 시장금리에 연동돼 등락이 이뤄지지만, 적금은 시장금리와 관계없이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금리를 설정한다. 예금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AAA·무보증) 1년물 금리가 올해 들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은행채 1년물 금리는 3.94%로 전달(3.81%)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에서 적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데는 정기예금이 늘어나는 것이 은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은 일정 기간 목돈을 은행에 맡기고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반면, 정기적금은 매월 일정한 액수의 돈을 넣어 자금을 적립해 가는 상품이다.
은행 입장에서 단기자금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보다 장기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자금 운용에 편리하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대출로 유동성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 적금보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예금을 늘리는 편이 유리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적금은 10만~30만원 정도 특판 상품이며 액수가 커봐야 100만~150만원 정도다”라며 “적금은 많이 들어와도 한도가 있지만, 예금은 한 번에 거치식으로 큰돈이 들어오니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등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예금이 목돈 굴리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적금금리가 높게 설정된 것도 적금금리 상승 폭이 작은 이유로 꼽힌다. 정기예금은 돈이 한 번에 들어와 이자가 붙기에 공시되는 금리와 실제 고객이 받는 수익률이 일치한다. 반면 적금은 일정 기간 돈이 나눠서 들어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이 받는 수익률은 떨어진다. 은행은 통상 예금금리보다 적금금리를 더 높게 책정한다.
예금 규모가 큰 고객들만 고금리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예금을 많이 하는 고객은 가파른 예금 인상 폭과 대규모 예치금에 비례해 큰 이자를 얻지만, 적금 가입자는 소액의 이자를 돌려받기 때문이다. 서울 휘경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31)씨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뭉칫돈을 굴리기 위해 적금에 가입하게 됐는데 적금금리는 요지부동이다”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은 돈을 예금에 가입할 걸 후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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