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류시장 점유율 1%…우리는 왜 전통주를 마시지 않을까
마시고 싶어도 파는 곳 찾기 힘들어
소규모 양조장 대다수…유통망 확보 난항
생각보다 비싸서 부담스러워
국산 원료로 빚으니 높은 원가는 불가피
다음날 머리가 너무 아파 꺼려져
숙취 원인인 감미료 안 넣은 제품도 속속
전통주란
전통주는 막걸리뿐만 아니라 맑은술인 약주, 증류식 소주, 와인 같은 과실주 등을 모두 포함한다. 단, ‘주세법’상 전통주는 다음 세가지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먼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류부문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시·도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주류부문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를 말한다. 또한 농업경영체·생산자단체가 소재지나 인접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하는 주류도 전통주로 분류한다.

◆1%의 냉장고…마실 곳이 없다=현장을 돌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유는 ‘파는 곳이 없어서’다. 2∼3년 전보다는 전통주를 취급하는 식당이 많아졌지만, 희석식 소주와 맥주, 외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만 파는 식당이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통주는 2017년 통신판매가 허용돼 판매량이 증가했으나 오프라인에선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마음먹고 구매하지 않는 이상 접할 수 있는 곳이 우선 절대적으로 적다.
전통주는 대부분 특정주류도매업 면허가 있는 업체를 통해 식당에 납품하나 이에 따른 한계도 존재한다. 전통주를 공급하는 1600개 업체 대부분이 소규모인 데다, 업체간 소모적인 경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망이 넓지 않고 제품군 관리도 제대로 안되다보니 확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2022년 이후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가 뜨면서 ‘편의점에서도 전통주를 판매한다’는 인식 개선은 있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주류를 구매하는 성인 2000명 중 76.5%가 ‘편의점 구입’을 주류 구매 트렌드로 꼽았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주 생산업체는 규모가 영세해 편의점 입점이 어려울뿐더러, 운 좋게 들어와도 유통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주류 품질관리가 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희연씨(38)는 “전통주를 찾는 손님들이 있어서 몇가지 품목을 들여놨지만 대기업 제품 외에는 관리가 제대로 안돼 몇차례 손님들의 환불 소동을 겪고 취급 제품을 줄였다”며 “술을 좀 아는 사람들은 편의점마다 막걸리 맛이 다르다고 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비싸다’는 인식=전통주의 가격경쟁력이 낮은 것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이유로 꼽혔다. 질 좋은 수입 와인을 1만∼2만원에 살 수 있는 시대에 막걸리를 비슷한 금액을 주고 구매하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일부는 여전히 막걸리를 ‘값싼 술’로 여기고 있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서 전통주가 비싼 건 국산 원료를 쓰기 때문이다. 막걸리 원료인 쌀은 국산이 외국산보다 3배나 비싸다. 마트에서 볼 수 있는 1000원대 막걸리는 대부분 밀가루나 외국산 쌀로 만든 것이다. 더구나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들은 규모가 작으니 원료 구입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주 업체의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원료 구입비(47.1%)였다. 아직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쓰이는 전통주의 특성상 포장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마진이 적다보니 홍보·마케팅이나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기는 더욱 어렵다. 좋은 재료를 써서 술을 빚고도 홍보하거나 발전시키기 어려운 환경이란 의미다.
전통주 업계에선 국산 원료 사용에 따른 설비 지원 등 추가적인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혜택이 늘면 전통주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도움될 것이란 주장이다. 전통주시장이 커지면 국산 농산물 소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주류 제조에서 사용하는 국산 농산물은 2020년 기준 약 3.1만t이다.
◆머리 아픈 술? 아스파탐 논란=“전통주만 마시면 숙취가 심해요. 다음날 고생하기 싫어서 안 마셔요.”
전통주는 ‘머리 아픈 술’일까? 여러 응답자는 숙취가 심하다는 이유로 전통주를 꺼린다고 답했다. 막걸리 숙취 원인 중 하나는 단맛을 내는 감미료인 아스파탐이다. 7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막걸리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하자 부정적 인식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지정 이후에도 1일 섭취 허용량(ADI)을 기존 수준인 체중 1㎏당 40㎎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수준의 섭취량으론 인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걱정 말고 막걸리를 마셔도 된다는 말이다. 또 최근 양조장들은 ‘무감미료’를 내세운 막걸리를 속속 선보이는 추세다. 이런 제품군은 대부분 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 본연의 단맛을 낸 게 많다.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 대상으로 전통주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의 사케나 영국의 위스키 같은 외국 술에 비해서 전통주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에서 주류전문점을 운영하는 이근우씨(30)는 “전통주를 몰라서 안 마시는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라며 “외국 술 업체들은 시음회를 열거나 설명자료를 보기 좋게 만들어 배포하는 등 홍보에 힘쓰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전통주 업체들은 홍보 능력은 물론 방법 면에서도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사진=특별취재팀(박준하·지유리·서지민·황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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