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서 딱 걸린 '간유리 음영 결절'…"저 폐암인가요?" [100세 건강]

천선휴 기자 2023. 9.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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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폐렴 상태서 우연히 발견됐다면 저절로 없어져
재검사에서도 결절 있다면 폐암 관련 있어
ⓒ News1 DB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최근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지를 받은 J씨(35). 평소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체질이라 이번에도 별탈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는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얼어붙었다.

'간유리 음영 결절'

검사결과지에는 폐 CT상 우상엽에 간유리 음영 결절(5mm)이 발견됐으니 12개월 후 추적검사를 권한다고 쓰여 있었다. 놀란 J씨는 인터넷에 간유리 음영 결절을 검색해보곤 사색이 됐다. 바로 간유리 음영 결절이 바로 '암의 씨앗'이라는 글 때문이었다. "담배를 13년 피우기는 했지만, 건강하던 내가 30대에 폐암이라니…." J씨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폐암에 걸려 사망에 이른 인구는 10만 명당 36.8명으로 간암(20명), 대장암(17.5명), 위암(14.1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악명 높은 암이다.

폐암은 발생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진행이 많이 된 후에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아 사망률도 이처럼 높다. J씨처럼 건강검진에서 이상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초기에 암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간유리 음영 결절이 폐암이란 뜻은 아니다. 생소한 단어인 결절은 쉽게 말해 '비정상적으로 커진 덩어리'다.

최근엔 건강검진에서 받은 흉부CT 검사를 통해 폐 결절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폐 결절 중 일부는 폐암으로 진단되는데, 그중에서도 간유리 음영 결절은 '폐암의 씨앗'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기 폐암을 의심할 만한 아주 특징적인 모양을 나타낸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문영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흉부 CT를 찍었을 때 결절은 하얀 덩어리로 보이는데 3㎝ 이하의 덩어리는 폐 결절이라고 부른다"면서 "반면 결절이 하얀 덩어리로 보이지 않고 뿌옇고 반투명하게 보이는 것을 간유리 음영 결절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간유리 음영은 폐의 국소 염증, 폐암의 전 단계, 초기 폐암, 폐 내 국소 섬유화, 폐 내 출혈 등의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폐렴인데, 이 경우 퍼져 있는 형태로 보인다. 하지만 폐암의 씨앗이 되는 결절이라면 퍼져 보이지 않고 둥글둥글한 형태로 나타난다.

문 교수는 "기침을 하고 가래가 많이 나오는 등 증상을 동반한 폐렴이라면 간유리 음영이 아주 크게 생기지만, 무증상인 경우엔 작은 크기로 간유리 음영이 나타난다"며 "이렇게 무증상 폐렴에서 우연히 간유리 음영 결절이 발견됐다면 살짝 염증이 생긴 경우로 보통 저절로 없어진다"고 말했다.

보통 40~50% 정도는 이처럼 폐렴으로 인한 간유리 음영 결절이 발견된다. 이 경우는 3개월 내에 사라지기 때문에 발견 후 다시 흉부 CT 검사를 통해 음영 결절이 사라졌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그 이후엔 추적검사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재검사에서도 결절이 보인다면 폐암과 관련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폐암의 전단계일 수도 있고, 제자리암이나 초기 폐암일 수도 있다.

문 교수는 "실제로 수술로 떼어낸 간유리 음영 결절의 90% 이상이 폐암과 연관이 있었다"면서 "결절의 크기가 클수록, 결절 내부에 고형물질이 있는 간유리 음영일수록 폐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선 J씨처럼 5mm 정도로 작은 간유리 음영 결절이 발견된 경우에는 검사결과지를 받아본 후 급하게 큰 병원에 내원할 필요는 없다.

문 교수는 "전 세계적 공통적으로 15mm 이상의 간유리 음영성 폐암은 바로 수술하는 게 좋다고 돼 있다"면서 "15mm 이상일 때는 검사 결과지를 받고 바로 폐암을 전문으로 보는 호흡기내과나 흉부내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지만, 그 이하일 경우라면 편한 시간에 방문해 3개월 후 다시 CT를 찍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만약 3개월 후 받은 CT검사에서도 결절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폐암 전단계이거나 초기단계, 암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크기가 6mm를 넘지 않으면 폐암 전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상인 경우엔 제자리암, 10mm 이상인 경우엔 제자리암, 최소침습암, 침습암 등의 가능성이 있다.

다만 10mm 미만의 결절이라도 내부에 고형물질이 보인다면 침습암일 가능성이 높다.

문 교수는 "간유리 음영 결절이 폐암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진행 속도가 아주 느려 크기가 작으면 보통 1~2년에 한번씩 추적관찰을 한다"면서 "10mm가 넘어가면 결절을 포함한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간유리 음영 결절은 크기나 위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폐를 아주 조금만 떼어내는 폐 쐐기 절제술이나 폐의 5~6% 정도를 떼어내는 폐 구역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만약 결절이 중심부위에 있다면 어쩔 수 없이 폐엽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2~3㎝ 정도의 작은 절개창에 5mm 직경의 흉강경을 삽입해 폐를 절제하는 단일공 흉강경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단일공 흉강경 수술은 상처부위가 작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호흡기능의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암의 초기 단계인 제자리암이나 조금 더 진행된 최소침습암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수술 후 완치율이 100%에 이른다. 만약 조금 더 진행된 침습암으로 밝혀지더라도 재발률이 매우 낮거나 추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예후가 좋다.

문 교수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라며 "폐 결절이 발견됐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비흡연 폐암도 전체 폐암의 30%에 이르기 때문에 비흡연자라도 암 가족력이 있거나 오랜 기간 오염된 공기에 노출 됐다면 간헐적으로 흉부 저선량 CT를 찍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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