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의 들러리 될라...시진핑이 뉴델리 G20 안 간 진짜 이유 [최유식의 온차이나]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자
인도는 공개 망신주기로 맞대응
’세계의 공장’ 놓고 인구 1·2위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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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한 일을 두고 국제사회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 주석은 코로나 19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왕이 외교부장을 대리 참석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이 회의에 참석해 왔어요. 주요 20개국 정상이 모여 세계 현안을 논의하는 이 자리는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을 좋은 기회입니다. 그랬던 시 주석이 이번엔 리창 총리를 대신 보내고 말았어요.
시 주석 불참에 대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 “미국, 영국 등 서방으로부터 외교적 공격을 당해 고립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시 주석은 9월6~8일 동북 헤이룽장성 시찰에 나섰는데, 건강이 안 좋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그보다는 인도 견제가 주된 이유라는 게 서방 매체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인도가 세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죠. 이런 자리에 참석해 들러리 역할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도 부상 알린 첫 G20 정상회의
인도는 올해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됐고, 미국·러시아보다 앞서 달 남극 탐사선 착륙에 성공하면서 국가의 위상을 한껏 과시했죠. 이런 시기에 맞춰 G20 정상회의가 인도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전 세계 언론은 인도가 성공적으로 정상회의를 치러냈다는 평가를 해요. 정상회의에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중국·러시아와 다른 회원국 간 의견 차이가 워낙 커 만장일치의 공동성명이 못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침략을 직접 규탄하는 문구는 빼면서도 ‘어떤 나라도 무력에 의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유엔 헌장의 정신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을 끌어냈어요.
또 55개국 13억 인구를 대변하는 아프리카연합(AU)을 G20에 가입시키고, 기후변화와 국가 채무 문제 해결에서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 입장을 우선시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습니다. 중국을 대신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대변자로 나선 거죠.
모디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발표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onomic Corridor·IMEC)’구상도 중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었습니다. 중국이 공들여 추진해온 일대일로에 맞서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중국 면전서 “우리는 미국 편”
중국과 인도는 2020년 카슈미르 지역 국경 분쟁 이후 사사건건 대립해 왔지만, 최근엔 대립이 더 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8월25일부터 27일까지 뉴델리에서 열린 비즈니스 20 정상회의(B20)에서 중국과 인도는 한바탕 격돌했어요.
B20 통상장관 세션에 나온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장관은 왕숴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을 향해 “인도가 중국 주도의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지 않는 데 대해 유감스러우냐”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에 대해 왕 부부장이 “양국 무역이 급증하고 있는데, RCEP에 가입하면 더 늘어날 것이며 인도의 가입을 환영한다”고 외교적인 답변을 하자, 고얄 장관은 “무역 규모가 급증하겠지만 인도의 대중 무역적자는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쏘아붙였어요.
이어 “여기 있는 모든 나라 장관들이 중국이 어떻게 원자재 가격보다 더 싼 값에 상품을 수출하는지 알고 싶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마음은 미국 편에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공개리에 망신을 준 거죠.
◇“중국 도·감청 의혹 장비 반입” 폭로
정상회의가 끝나고 나서는 중국 대표단이 도·감청설비로 의심되는 첩보 장비를 호텔에 반입하려다 실패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 대표단은 뉴델리 타지 팰리스 호텔을 숙소로 잡았는데, 9월7일 보기 드문 큰 가방을 들고 체크인을 했다고 해요. G20 정상회의 대표단에 대해서는 통상 보안 검색을 하지 않는 게 외교 관례입니다.
그런데, 호텔 종업원이 중국 대표단 방에 들어가 보니 이상한 장비가 담긴 가방들이 있었다고 해요. 호텔 측은 즉각 중국 대표단에 이 가방에 대한 보안 검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해요. 결국 이 장비를 현지 중국대사관에 보내는 것으로 타협했다고 합니다. 인디아타임스는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이런 종류의 감시 수단을 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장비가 첩보 수집용일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어요. 도·감청 장비 아니냐는 겁니다. 이 호텔엔 브라질 등 다른 나라 대표단도 함께 투숙했다고 해요.
인도의 이런 뒤끝 행보는 시 주석 불참에 대한 강한 불쾌감 표시로 보입니다. G2의 일원인 중국이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의미를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 주석 불참을 택한 것으로 보는 거죠.
◇5위 경제대국 인도, 경제 분야도 도전장
인도는 작년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서방 기업들의 투자가 쏟아지면서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죠. 반면 중국은 “인도가 중국 수준까지 올라오려면 한참 남았다”며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입장입니다.
양국은 함께 브릭스를 구성하는 두 대국이지만 국경 분쟁 등으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죠. 이 공방전은 당분간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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