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대강 수문 닫는 정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16개의 거대한 구조물로 가로막혔던 4대강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보(대형 댐)와 제방으로 단절되고 변형되었던 4대강이지만, 닫힌 수문을 다시 열자 넉넉하고 너른 품의 예전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듯했다. 모래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수변공간도 넓어졌다. 녹조를 비롯한 각종 유해남조류들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습지와 웅덩이들이 형성되며 다양한 물새류와 표범장지뱀, 삵, 수달 등의 서식환경은 개선되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조류 흰목물떼새, 흰꼬리수리 등이 확인되고, 금개구리, 맹꽁이 등 서식도 확인되었다. 특히 여러 해 전부터 개방한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구간의 건강성 지수는 높아졌고,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흰수마자의 서식 범위도 확대되었다. 환경부가 운영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 평가단'의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2021년)는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부운하에서 출발한 4대강 정비사업. 경부운하건설 반대 여론이 비등해지자, 4대강 살리기란 기묘한 이름으로 둔갑시킨 채 22조 이상을 퍼부은 사업. 속도전 식으로 3년 만에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16개의 거대한 보를 만들었고 강은 기다란 호수가 되었다. 강물은 녹조로 뒤덮였다. 강물을 컵으로 뜨면 그 자체로 녹조라떼가 되어 버려, 고인물은 썩기 마련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4대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보를 허물고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가 반영이 되어, 몇 년이 흐르고서야 수문의 일부를 개방하게 되었다. 그렇게 4대강은 아주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강을 막으면 녹조가 발생하고, 생태계가 망가지며, 가뭄 해소에도 도움은커녕 오히려 홍수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후였다.
강은 흘러야 한다
이 자명한 이치가 토건으로 돈을 벌고, 그들을 대변하는 정부에겐 이치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막힌 수문을 열고, 보를 해체하는 것만이 4대강 수질과 수생태계 회복의 유일한 대안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의 일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보 처리방안을 만들었다. 미약하지만 우선 금강과 영산강의 3개 보(세종보, 공주보, 죽산보)를 해체하고 2개 보(백제보,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이다. 또한 낙동강과 한강의 나머지 11개 보의 수문도 한시바삐 전면 개방해서 강이 숨 쉴 수 있도록 결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은 파행을 맞고 있다.
그들이 연단에 올라간 이유
지난 8월 4일, 재구성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기 위원회에서 확정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기로 의결했다. 그 후속작업으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이 포함되어 있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자연성 회복'이란 말을 삭제하며 인공구조물을 철거하는, 전 지구적 추세에 역행하려는 결정을 내리고자 함이었다. 그것도 한 달 만에 졸속으로 만든 변경안이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개정안을 철회하고 4대강의 물길을 가로막는 16개의 보 처리 이행계획을 다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청회 퇴거 불응죄 등이라는 구속영장 청구였다. 물론 이 영장은 기각되었지만, 이미 4대강 재자연화를 막기 위한 수순을 밟으며 환경단체(녹색연합) 압수수색까지 벌인 후였다.
4대강조사평가단 선정 과정에 마치 '범죄' 사실이 있는 양, 이에 시민단체가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공모한 정황이라도 있는 양, 범죄와 불법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탄압의 대상으로 전제하며, 독주하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간척지를 역간척하고 하구둑을 개방하고, 둔치를 없애고, 모래톱을 되살리는 재자연화는 국제적 추세이다. 선진국이라는 대열에 진입한 우리가 철 지난 하천 관리 패러다임을 고수하며 수십 년 전으로 퇴행한다면, 이는 단지 4대강에 대한 공권력과 토건의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 생태환경정책 전반의 퇴행이고, 퇴행으로의 독주, 그로 인한 대가는 생태환경을 넘어 이 사회 모두의 상흔과 비용으로 치르게 된다는 것, 그게 문제이다.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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