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수놓은 시각장애인 예술가들..."보이지 않아도 들려주고 싶어요"
[앵커]
관현맹인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조선 왕실의 궁중 잔치를 수놓은 악기 연주자들인데, 음악 능력이 뛰어난 시각 장애인 악사들로 구성됐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시대에 맥이 끊긴 이 관현맹인을 되살려, 벌써 10년 넘게 잇고 있는 전통 예술단이 있다고 합니다.
강민경 기자가 이들의 공연 현장에 다녀 왔습니다.
[기자]
조선의 왕과 신하가 국정을 논의하던 경복궁 수정전의 앞뜰.
단아한 한복을 차려입은 예술인들이 정갈한 음률로 궁궐의 오후를 채웁니다.
정악 합주와 가곡을 연주하는 이들은 지난 2011년 창단한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단원의 절반 이상이 시각장애인으로, 고려시대부터 이어지다 일제강점기에 자취를 감춘 시각장애인 예술가, '관현맹인' 제도를 부활시켰습니다.
전통성악 정가 가수인 34살 이현아 씨 역시 시각장애인입니다.
창단 때부터 활동해, 예술단 경력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는데, 소리를 잡아내고 화음을 만들어내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이현아 /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소속 예술인 : 시각장애인 국악인이 아닌 비장애인 국악인들과 함께 인정 받는 그런 예술인이 되고 싶고요.]
음악의 세계에서 앞이 안 보이는 건 약점이 아닙니다.
예술단은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카네기홀에도 두 차례나 오르는 등 해마다 국내외에서 100회 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장애가 아닌, 음악만으로 감동을 빚고 함께 나누는 게 이들의 소망입니다.
[김성일 /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소속 예술인 : (시각장애인은) 음악을 듣고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음악에 혼이 실려가지고 정말로 음악에 대해서 기를 느낄 수 있는….]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 이수연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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