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층견소음’을 아십니까
2023. 9. 16. 20:41
청소기(60~76dB), 피아노(80~90dB) 소리보다 커
“짖지 마, 뛰지 마” 대신 충분한 산책 필요
소음 저감 바닥재와 방음 벽지 활용할 것
“짖지 마, 뛰지 마” 대신 충분한 산책 필요
소음 저감 바닥재와 방음 벽지 활용할 것
얼마 전 대형견을 반려하는 친구가 이사했다. 새 집을 얻는 기준은 딱 하나, 단층주택이거나 공동주택 1층일 것. 힘들게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았고 지금은 행복한 반려생활을 누리고 있다. 친구는 바닥에 두세 겹씩 매트를 깔고도 마음 졸여야 했던 지난날에 속 시원히 ‘안녕’을 고했다.
고백하자면, 수리가 오기 전 나는 아래층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때로 넋 놓고 계단을 오르다 내 발소리에 반응해 짖는 새된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분풀이를 하고 싶어 부러 더 쿵쾅대며 지나갔다. 그렇다고 기분이 풀리지는 않았다. 한층 맹렬해진 짖음에 분노가 치솟고 보호자를 비난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를 입양했다. 뭐, 이후는 ‘역지사지’와 ‘인지상정’ 같은 단어로 갈음해 두자.
아무튼 이런 이유로라도 뉴스에서 ‘층견소음’ 운운하면 귀가 쫑긋해진다. 내 경우엔 소형견인 데다 아래층이라 우당탕거리는 소음은 없고 짖음이 다였다. 하지만 위층에 대형견이 살고, 짖고, 우다다 뛰기까지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층견소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소한 시비부터 끔찍한 상해로까지 이어지는 ‘층간소음’이 야기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고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 문제 발생 소지가 더욱 크다.
그럼에도 반려인이 해야 할 최선의 노력은 분명히 있다. 일단은 바닥이다. 반려견의 동선을 따라 매트를 깔고, 주로 생활하는 곳에는 더 두껍게 깔아 준다. 벽과 천장에는 흡음재를 설치하고, 현관 방음문이나 중문을 설치하면 외부 소음 유입과 내부 소음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소음 저감 바닥재와 방음 벽지도 있으니 이용해 봄직하다. 반려견을 혼자 두고 외출할 때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소리를 약하게 늘어 놓으면 좋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덜 예민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평소 분리불안이 심하면 반려견 전문 훈련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이사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개를 키운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라며 한숨을 쉬었다. 둘이 잠시 눈을 마주쳤다가 동시에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 개를 키우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어 달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해를 구하기에 앞서 반려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처하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어다.
지난 3월, 한 국회의원이 반려동물로 인한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소음은 ‘사람 활동에 의한 것’으로 규정돼 있어 반려동물이 내는 소음은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었다. 경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반려인의 책무 이행에 고삐를 더 단단히 죄어야겠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 기사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라도 뉴스에서 ‘층견소음’ 운운하면 귀가 쫑긋해진다. 내 경우엔 소형견인 데다 아래층이라 우당탕거리는 소음은 없고 짖음이 다였다. 하지만 위층에 대형견이 살고, 짖고, 우다다 뛰기까지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층견소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소한 시비부터 끔찍한 상해로까지 이어지는 ‘층간소음’이 야기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고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 문제 발생 소지가 더욱 크다.
반려동물 관련 분쟁 중 소음으로 인한 것 30% 이상
KB금융그룹이 반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며 타인과 분쟁을 경험한 반려인이 절반 이상 넘었고, 그중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30.8%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개 짖음은 이웃에 불편을 끼치고 갈등을 야기할 만하다. 개 짖는 소리(90~100dB)가 청소기(60~76dB)나 피아노(80~90dB) 소리보다 크고, 소형견은 소리는 작지만 음역대가 높아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반려인 입장에서는 성대 수술을 하거나 전기 자극을 주는 짖음 방지기를 착용시키는 쪽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반려인이 해야 할 최선의 노력은 분명히 있다. 일단은 바닥이다. 반려견의 동선을 따라 매트를 깔고, 주로 생활하는 곳에는 더 두껍게 깔아 준다. 벽과 천장에는 흡음재를 설치하고, 현관 방음문이나 중문을 설치하면 외부 소음 유입과 내부 소음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소음 저감 바닥재와 방음 벽지도 있으니 이용해 봄직하다. 반려견을 혼자 두고 외출할 때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소리를 약하게 늘어 놓으면 좋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덜 예민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평소 분리불안이 심하면 반려견 전문 훈련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충분한 산책으로 스트레스 낮춰야
이들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충분한 산책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반려견의 과도한 짖음이나 난폭한 행동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규칙적인 산책으로 스트레스를 낮추고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함께 놀아 주면 층견소음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사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개를 키운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라며 한숨을 쉬었다. 둘이 잠시 눈을 마주쳤다가 동시에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 개를 키우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어 달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해를 구하기에 앞서 반려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처하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어다.
지난 3월, 한 국회의원이 반려동물로 인한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소음은 ‘사람 활동에 의한 것’으로 규정돼 있어 반려동물이 내는 소음은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었다. 경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반려인의 책무 이행에 고삐를 더 단단히 죄어야겠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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