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자강’에 보혁 공감대… 韓·美 원자력 협정 개정이 관건 [뉴스 인사이드-자체 핵무장론 2.0]
보수·중도·진보 넘나들며 긍정적 논의
‘北核 폐기 불가능’ 현실적 인식과 함께
러 우크라 침공, 韓·美 여론변화도 한몫
韓 우라늄 농축 등 제한한 협정 걸림돌
日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갖고
핵탄두 6000기 맞먹는 플루토늄 보유
전문가 “日 수준 核 능력부터 확보해야”
◆“북한, 핵 포기 않을 것”
정 대표는 최근 핵자강포럼을 비롯한 활동과 논의를 정리해 ‘왜 우리는 핵 보유국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책을 펴냈다. 저서와 그간 논의를 종합하면 핵자강론은 ‘북핵 폐기 불가능 인정 → 남한 핵무장 → 남북 핵균형 → 남북 핵 감축 협상’이라는 논리로 요약된다.
출발점은 ‘하노이 노딜’ 이후의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다. 이들은 미국과의 협상에 실패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앞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2019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우리는 우리 국가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더 굳게 결심하였다”고 했다. 이어 2021년 8차 당대회부터 북한은 ‘국가 핵무력 건설 대업 완성’을 내걸고 방어적 수단인 보복 타격뿐 아니라 핵 선제 타격 능력까지 고도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 대표는 “북한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장애 요인이 너무 많다”며 “한·미 정부는 북핵 포기가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핵무기 포기를 시키는 것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한국이 핵무장을 완료하고 북한 핵탄두 보유량을 10∼20개 이하로 줄여 사실상 ‘준(準)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설정한 뒤 북한과 핵 감축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핵자강론자들은 주장한다. 정 대표는 “북한의 핵 보유량이 10∼20개 이하로 줄면 북한이 방어용으로 쓸 수는 있어도 선제 공격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워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며 “다른 국가들로의 판매 등 핵확산 우려도 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 로드맵에는 이견도 다양하나 단기 목표는 공감대가 넓다. 바로 핵 잠재력과 직결되는 한·미 원자력 협정 문제다.
한국이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은 일본이 미국과 맺은 협정과 비교해 제한이 훨씬 많다. 자연히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라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핵자강론자들은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부터 확보하고 핵무장 여부는 그 다음에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한·미 원자력 협정은 2015년 개정 버전이다. 미국은 한국이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사전 협의하에’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만 할 수 있게 됐다. 단서조항 탓에 현실적으로는 저농축 우라늄도 확보가 쉽지 않아 원전 연료로 쓰이는 5% 저농축 우라늄 역시 전면 수입하는 중이다. 반면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 협정 개정안에서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은 전면 허용, 당사자 합의 시 20% 이상 고농축도 가능하게 했다.
정 대표는 “한·미와 미·일 간 원자력 협정 수준이 판이해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부터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기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방미 때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 방미 전 윤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첫 방미에서 우리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폐기한 만큼 윤 대통령도 우리 핵 능력을 제한하는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지 않을지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은 “윤 대통령은 NPT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공약 및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고 못을 박았다. 정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북한 핵실험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가 생존을 위한 권리들마저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라며 “한국 정부 전략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목소리에 대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원자력 협정을 맺어 재처리나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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