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를 조명하다 [전시리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전위 예술가 헤르만 니치의 후기작을 조명하는 개인전 ‘Gesamtkunstwerk : 총체예술’이 지난 5일부터 과천 K&L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3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나 지난해 타계한 헤르만 니치는 도발적인 행위 예술로 유명세를 떨쳤다. 동물의 사체에서 모은 피를 사람에게 뿌려 몸을 적시거나 벽과 바닥에 흩뿌리고, 그 사체를 육체에 맞대는 등 기괴한 퍼포먼스로 화제의 중심에 있던 예술가였다.
그의 퍼포먼스는 과장된 몸짓이 동반되는 연극처럼 보이면서도 엄중한 종교 의식 같기도 하다. 이때 인간의 그로테스크한 면모나 원시적인 야만성이 표현되는데, 니치는 이를 두고 부정적인 고통의 영역 대신 지금 여기 우리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축제’로 여겨왔다.
K&L 미술관의 개관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후기에 제작된 작업물에 집중한다. 니치는 음악가 바그너에게 영감을 얻어 퍼포먼스와 페인팅을 비롯해 조각과 판화, 작곡과 연주 및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종합한 총체예술 작업들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의 제목 역시 그로부터 비롯됐다.
1층과 2층 전시장에선 색의 향연이 돋보이는 ‘Schüttbild’ 연작 8점과 해당 작품의 퍼포먼스 제작 영상, 타계 직전까지 그렸던 드로잉 작품 20점, 그의 예술관이 묻어나는 판화 20점 등을 만날 수 있다.
니치는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의 연쇄를 통해 속박됐던 감각들을 자유롭게 해방하고자 했다. 그 때문인지 욕망과 수치심에 갇혔던 관객들의 내면을 자유롭게 일깨웠던 그의 지난날 작품들과 신화적인 요소와 상상의 무대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후기 작품들 사이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에 접목한 대형 회화 연작 ‘Schüttbild’는 1천ℓ가 넘는 물감을 흩뿌리면서 여러 명의 퍼포머들과 함께 다채로운 액션을 곁들여 음악을 해석하는 작업이다. 피아노가 배치된 전시 공간 한가운데에선 퍼포먼스 제작기 영상도 재생되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업뿐 아니라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서 그가 어째서 매체를 융합하고, 표현법을 연구했는지 각자만의 답을 찾아간다.
2층에선 각종 드로잉과 판화 작품들이 맞이한다. 육체와 혈액, 생명과 죽음 등과 맞닿은 붉은색과 검정색을 수십년간 활용했던 니치는 1990년대부터 색의 사용 범위를 보라색, 노랑색, 녹색, 흰색 등으로 넓히면서 종교와 신화 요소를 곁들여 작품을 표현해냈다.
미술관을 찾은 40대 관람객은 “헤르만 니치가 가 젊었을 적 지속했던 원초적인 색상이 지배했던 세계, 육체가 마주하는 죽음과 고난의 순간들이 과연 2층의 작품들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음미해볼 수 있어서 더욱 색달랐다”고 밝혔다.
김지예 K&L 미술관 큐레이터는 “통념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예술 개념을 구축했던 헤르만 니치의 실험 정신, 바그너가 빚어낸 총체예술의 심오함과 혁신성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획”이라며 “향후 미술관을 시각,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30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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