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려고 화사에게 이런 교복 의상을 입힌 걸까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9. 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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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불편러’들 탓에 방송이 재미없어진다고 나무라는 분들에게
교복 퍼포먼스, 뚱보 아저씨...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나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방송을 그냥 방송으로만 봐라. 예능이잖아. 드라마잖아. 특히 예능, 다 대본 있는 거 모르냐. 설정인데 왜 트집이냐, 이런 소리 하는 분들이 있다. 리얼리티를 앞세우는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과장, 포장이 있는 거 왜 모르겠나.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은 지켜야 옳지 않은가. 물론 상식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가수 화사가 JTBC 예능 <아는 형님> 400회 특집에서 교복을 변형시킨 의상을 입고 춤을 췄다. <아는 형님> 출연자들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동급생이라는 설정으로 나이나 연차에 의한 상하 관계를 없애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 축제에서의 퍼포먼스로 고발까지 당한 마당에 굳이 왜 교복에 손을 댔을까? 제작진 선에서 막을 수는 없었나? 교복을 건드린 거, 내 기준으로 보면 선을 넘은 거다.

또 하나, 지난 일요일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의 일이다. 이연복 셰프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쿠킹 클래스를 열었는데 도우미로 정호영 셰프를 불렀다.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보스와 직원이라는 설정을 한 거다. 그런데 수업 중에 한 아이가 도움을 청하며 정호영 셰프를 '뚱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이건 엄연한 외모비하다. 그 자리에서 즉시 알아듣게 타일렀어야 옳다. 하지만 몇 차례나 반복을 했음에도 이연복 셰프는 바로 잡기는커녕 아이를 따라서 '뚱보 아저씨'라고 했다.

그 순간 생각나는 게 있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 172화에 유세윤이 아들 민하를 데리고 나왔다. 차를 타고 이동 중에 민하가 '아빠 뚱뚱이 할머니'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왜 뚱뚱이냐', 물었다. 유세윤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아이가 알아듣게끔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친근함의 표시로 그리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 같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게 옳다. 이게 상식이다. 아이들의 외모 비하를 편집 없이 내보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작진, 이 또한 내 관점으로는 상식선을 넘은 거다.

JTBC <톡파원 25시> 77회, 몰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화가 '카라바조' 얘기가 나왔다. 타일러가 그가 천재화가이긴 했으나 살인까지 저지르고 몰타로 도망을 와서 그린 그림들이라고 하니 전현무가 이어서 카라바조의 화풍에 대해 설명을 했다. 옆에서 진행자며 패널들이 '달리 보인다, 역시 무스키아'하며 전현무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했고 전현무는 '아티스트의 일상'이라며 으쓱해 했다.

그러나 실은 바로 전날, 27일에 방송된 MBC <선을 넘는 녀석들-더 컬렉션>에서 다 듣고 배운 거다. 서울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10월 9일까지 전시 중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말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찾아가서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니까. 지식을 뽐내고 싶다면 적어도 다른 방송에서 다뤘다는 사실을 밝혀야 옳지 않을까?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아니고 바로 전날 밤 <선을 넘는 녀석들>에 나온 내용들이지 않나.

지난 일요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준호 씨가 김지민 씨 본가를 찾아갔다. 첫 대면은 아니지 싶었다. 이미 두어 차례 인사를 왔었고 그 당시에도 식사 대접을 받았다고 하니까. 그런데 방송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예비 사위의 방문이거늘 예비 사위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게 아닌가. 전기 콘센트 손보는 거며 나무 옮겨심기 등. 아들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 자식들 손을 빌리거나 사람 불러서 시켜도 될 일인데 말이다. 이건 제작진의 설정이지 싶다. 김준호가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그림이 보기 좋을 것 같았나 보다. 예비 사위나 며느리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는 설정을 예능에서 자주 접하곤 하는데 그 자체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거론한 여러 장면 중 가장 심하다 싶은 경우를 고르라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뚱보 아저씨'다. 아이는 사회 안에서 성장하는지라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방송으로만 봐라, '프로 불편러'들 때문에 방송이 재미없어진다고 나무라는 분들, 무슨 소리! 그까짓 거 대충 그냥 봐, 이런 생각 때문에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거다. 상식이 흔들리는데 그걸 왜 그냥 대충 넘기나. 어쩌다 상식의 하향평준화가 재미 포인트가 된 건지 원. 괜한 트집이라며 발끈하는 제작진들 계실 텐데 제발 상식의 기준을 시청자 눈높이로 끌어올려 보시라.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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