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벌금 내자"…사내 어린이집 꺼리는 기업들

김아름 2023. 9.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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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사내 어린이집 설립 논란
위탁보육 등 대안 있지만 과태료 선택
기업·사회의 육아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벌금이 훨씬 싸"

이번 주 가장 '핫'했던 이야기는 아마 기업 내 어린이집 이슈일 겁니다. 무신사의 한 임원이 사내 어린이집 건립 백지화와 관련해 어린이집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보다 벌금이 더 싸다는 말을 해 논란이 된 겁니다. 

이슈는 삽시간에 번져나갔고, 결국 한문일 무신사 대표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전 직원의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이 생긴 셈입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사진제공=무신사

무신사가 대표적으로 얻어맞기는 했지만,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만들지 않은 기업들은 꽤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기업명이 공개된 곳은 총 27곳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 코스맥스, 쿠팡풀필먼트 6개소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제56조, 시행령 제27조에 따르면 사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5000만원, 2차 이상부터는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벌금이 싸다"는 발언의 배경입니다. 

누구나 이유는 있다

사내 어린이집이 없는 기업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무신사는 물론, 컬리나 토스 등 이른바 '젊은 기업'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습니다. 아이는커녕 결혼조차 하지 않은 직원이 상당수입니다.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입니다. 육아 중인 직원 비율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규모는 500명이 넘지만 아이를 키우는 직원 수는 평균 대비 낮은 기업들이 있을 수 있죠. 

실제 무신사 역시 비슷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전체 직원이 1500여명에 달하지만 이 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집은 두자릿수에 불과하며, 사내 어린이집을 필요로 하는 직원은 한자릿수라는 겁니다. 

'젊은 기업'들의 경우 사내 어린이집 설립이나 지원에 대한 내부 반발도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특정 직원만 혜택을 받는, 차등 복지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 논란이 됐던 무신사 임원의 발언 중에서도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라는 말이 있었죠. 

변명은 변명일 뿐

사내 어린이집 의무화 대상 기업들이 꼭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회사가 확보한 공간이나 해당 직원의 수 등을 고려해 위탁보육 지원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어중간한 기업들은 대부분 위탁보육 지원을 통해 의무를 다하고 있죠. 

기업들은 사내 위탁보육 대상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거나, 인근 어린이집과의 연계가 쉽지 않다는 등의 해명을 내놓지만 이는 변명에 가깝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의 지적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 중인 우아한2어린이집/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사내에서 육아 중인 직원을 선별하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위탁보육 지원 역시 모든 육아 직원이 대상이 아닌, 신청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절차적 어려움은 크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벌금이 어린이집 건립 비용보다 싸다는 말은 현실을 정확하게 관통합니다. 현행 5000만~1억원의 과태료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 과태료를 수십억원으로 올리면 또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본질은 '보육'에 대한 관심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의 일만이 아닌, 회사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 육아와 벌금을 한 저울에 놓고 비교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죠.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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