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일가족 사망’ 아버지는 성범죄 혐의, 아들 3명 모두 중증장애

집 출입문 잠긴상태, 침입 흔적없고 흉기 1점 발견
유서도 없어…경찰, 동반자살보단 가족살해에 무게

16일 오전 경찰이 전날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벌어진 일가족 사망 사건 관련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 사망 사건이 벌어지자 15일 오후 경찰이 사건 현장의 이어지는 길목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영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16일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사망 경위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50대 아버지는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고 20대 아들 3명은 자폐·지체 등 중증장애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의 침입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아 일가족 간 살인 사건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16일 전남경찰청과 영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54분쯤 영암군 영암읍 김모(59)씨의 주택 창문에 핏자국이 묻어 있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됐다. 경찰은 소방구급대와 함께 출동해 집 안에서 김씨, 김씨의 아내(56), 김씨 부부의 20대 아들 3명 등 일가족 5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들 3명은 안방에서, 김씨 부부는 부엌이 딸린 작은 방에서 발견됐으며 모두 다량의 피를 흘린 상태였다. 3살 터울인 김씨의 아들들은 모두 중증장애인으로 확인됐다. 아들들은 지체 장애 등으로 거동이 어려워 전업주부인 김씨의 아내가 씻기고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농업인이며, 가족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대상은 아니었다. 김 씨는 이달 4일 다른 마을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였다. 그는 이틀 전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조만간 출석할 예정이었다.

주택 출입문은 모두 내부에서 잠긴 상태였고,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는 사건 현장에서 흉기 1점도 발견됐다. 편지나 쪽지 등의 형태로 남겨진 가족의 유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동반자살보다는 일가족 간 살인 사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6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영암군 영암읍 사건 현장에 과학수사요원과 형사 등을 투입, 2차 현장감식을 벌였다. 김씨 일가의 사망 시각과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도 이날 오전 이뤄졌다.

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