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김성균 "바라던 히어로물, 놀아봐야겠다 싶었죠"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놀아봐야겠다 싶었죠". 좋아하는 장르를 만난 배우의 텐션은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아들 바보' 초능력자로 돌아온 김성균의 열연이 호평받는 이유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연출 박인제)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웹툰 원작가인 강풀이 직접 극본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성균은 극 중 괴력과 스피드를 지닌 초능력자 이재만 역으로 분했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지만, 아들 강훈(김도훈) 밖에 모르는 부성애를 열연해 호평을 안겼다.
히어로물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김성균은 "초능력자를 맡았을 때 신났다. 몸은 어른이지만 다들 마음속 한 켠에 피터팬들이 있지 않나. 동심으로 돌아가 놀아봐야겠다 싶었다. 다른 초능력자들이 기대도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괴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초능력자 역할이었기에 다수 액션신을 소화한 김성균이다. 그는 "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며 "'무빙'이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다 보니 촬영장을 나가는 텀이 길었다. 한 장면을 찍고 3개월 후에 또 한 번 가서 찍었다. 모든 걸 불태우고 1~2개월 있다가 다시 치고받고 뛰었다. 액션신이 많진 않았지만, 굉장히 장시간 찍었다"고 회상했다.
극 중 이재만은 빠른 스피드로 벽을 타거나 호송차의 창살을 뜯어내고, 거센 물대포를 맞으며 가족을 지켜내려 애쓴다. 이를 연기한 김성균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니 부끄웠다. 디렉팅을 받을 때 그냥 '슝' 날라가면 된다더라.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한 번씩 현장에서 현타가 올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방송으로 보니 기대했던 것만큼 잘 구현된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장주원(류승룡)과의 하수도 액션도 명장면으로 호평받았다. 해당 장면만 4일 동안 찍었다는 김성균은 "와이어를 활용해 거꾸로 매달려 몇 번이나 합 맞추는 것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고난도 액션들을 소화했다는 그다. 김성균은 "'무빙'은 정말 수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지점들이 많았다. 와이어 액션 같은 경우는 5~6명이 붙는다. 함께 해야하는 거니까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난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물대포 촬영도 회상했다. 김성균은 "물대포 촬영은 추운 11월 달이었다. 처음에 비를 맞을 때는 기고만장했었다. 하지만 물대포 한 대 맞는 순간 사람이 겸손해지더라"며 "또 배우들을 현장에서 많이 못 만나다 보니까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랐다. 물대포 맞는 날 고윤정 배우의 17대 1 장면을 보여줬는데, 보고 또 겸손해졌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
이번 액션 연기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김성균이다. 그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런 작품을 많이 해놔야겠다는 자기반성을 열심히 했다. 특히 류승룡 선배는 대단하다. 술 담배를 아예 안 하는데 몸관리를 똑바로 해야겠다는 자극을 많이 받았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이재만의 서사는 14~15회부터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바보이지만 아들을 지켜야 하는 순간에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부성애를 잃지 않는다.
실제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김성균이기에 이재만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그는 "이재만은 한없이 아들을 사랑하기에 바보라고 불리는 캐릭터다. 아들에게 못 해줬던 결핍에 부분, 죄책감도 있었을 거다. 저는 현실 아빠다. 성격이 무뚝뚝해 표현을 이재만처럼 못 하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은 똑같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아들 강훈의 능력이 들켰을 때 눈물을 쏟던 장면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김성균은 "이재만은 힘을 발휘할 때마다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장면에선 '큰일 났다.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컸을 것 같다"며 "아역이 너무 연기를 잘했다. 지켜보던 류승룡 선배가 '쟤가 우리 작품에서 제일 잘한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만큼 아역에게 동화됐다. 물에 흠뻑 젖은 상태로 자식을 만난다는 감정 라인을 많이 느끼며 저도 울컥했다"고 전했다.
'무빙'은 20부작이란 긴 호흡,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공개 후 디즈니+ 1위, 화제성 1위 등 글로벌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매주 2편씩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수요일 오후 4시는 '무요일'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김성균은 '무빙'이 뜨거워질수록 이재만 에피소드 오픈날을 유독 긴장했다고 한다. "'무빙'이 공개되기 전엔 설레발을 치며 주변에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런데 13부까지 보며 감탄했고, 점점 죽겠더라. 이 정도로 재밌게 나올지 몰랐다. 사실 11부까지 보고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큰일 났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12, 13부가 또 대박이더라. 강풀 작가한테도 연락을 했다"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뒷순서 나오니까 죽겠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걱정과 달리 이재만의 서사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평소엔 무뚝뚝한 이재만이 아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해지는 모습을 눈빛, 행동으로 온전히 표현한 김성균이다. 그는 "좋았다는 칭찬도 많지만, 기대를 많이 한 분들의 건강한 비평들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좋게 받아들여진다"고 웃었다.
자연스럽게 '무빙' 시즌2, 강풀 작가의 차기작 권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성균은 "강풀 작가가 '혹시 모르니까 몸 좀 만들고 있어라. 사람일 모르는 거니까 건강 챙겨라'더라.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귀띔해 기대를 안겼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D.P.' 시리즈, '신성한 이혼',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싱크홀' '한산: 용의 출현' '한산 리덕스', 첫 히어로물 '무빙'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김성균이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가장 자랑스러운 얼굴은 무엇일까. 질문을 받자 "솔직히 자랑스러운 건 없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다만 대중적으로 제일 많이 기억하는 작품은 '응답하라' 시리즈인 것 같다. 다음은 '무빙'이다. 지금 제 마음속에 이재만밖에 없다. 이번에 맡은 이재만이 도전적인 부분에서는 정말 큰 도전이었던 것 같다. 만약 제작진들이 다음 이야기를 한다면 활약하고 싶은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무빙'에 이어 영화 '타겟'으로도 올여름을 뜨겁게 보낸 김성균. 그는 "정신없이 보냈고 행복했다. 대중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대중들과 만났던 적이 있나 생각해 보면 이번 시즌이 최고였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사람들한테 뭔가를 보여주는 직업이었구나를 느꼈다"고 미소 지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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