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공급 중단 1~2분에 생사좌우"…소방관이 호스 연장노즐 개발

장지현 2023. 9.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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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 다투는 화재 현장서 짧은 호스 길이 연장하는 시간 3초까지 대폭 줄여
유윤식 소방령, 울산 소방관 3명 다친 2010년 다운동 주택화재 계기로 연구
"대원보호·시민안전 위한 발명품,널리 쓰이길"…내년 울산 전소방서 확대보급
기존 노즐을 사용해 소화 호스를 연장하는 모습 [촬영 장지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1∼2분이 별거 아닌 시간인 것 같지만 화재 현장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짧은 시간에 불길이 엄청나게 확산할 수 있거든요."

지난 15일 오전 울산 북부소방서에서 자신이 발명한 '바이패스 관창(노즐)'에 대해 설명하는 119재난대응과장 유윤식 소방령의 눈이 반짝였다.

'바이패스 관창'은 화재 현장에서 물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소방호스를 연장할 수 있는 장치다.

2020년 당시 울산 남부소방서 삼산119안전센터에 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던 유 소방령(당시 소방경)이 팀원이던 최모 소방위(당시 소방장)와 함께 출품한 '공무원 제안'에서 우수 제안으로 선정돼 금상을 받은 직무발명품이다.

바이패스 관창을 사용해 소화 호스를 연장하는 모습 [촬영 장지현]

화재 현장에서는 호스 길이가 모자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 유 소방령 설명이다.

호스 길이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물 분사구인 노즐을 돌려서 풀고, 또 다른 호스를 연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길을 향해 뿜던 물을 잠시 중단해야 하는데, 노즐 해제와 호스 연장에 걸리는 1∼2분 동안 화염이 커져 시민은 물론 출동한 소방대원까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유 소방령은 현장에서의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던 팀원과 공동으로 바이패스 관창을 개발했다.

소화 호스 한 개만 연결할 수 있는 일반 관창과 달리, 바이패스 관창은 아래에 호스 연결 밸브가 하나 더 달려있다.

노즐 앞쪽 분사구를 통해 물을 뿜어내는 동안 아래쪽 밸브에 또 다른 호스를 연결해 호스 길이를 연장한 뒤, 손잡이를 앞으로 젖히면 연장된 호스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이른바 '방수 중단' 없이 호스를 연장하는 동안에도 계속 불길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노즐 사용 후 소화 호스를 연장하기 위해 물 공급을 중단한 모습 [촬영 장지현]

유 소방령은 무서운 화마로부터 현장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조금이나마 지켜내기 위해 이러한 장치를 고안했다고 전했다.

불길 속 고립된 시민을 구하다가 소방관 3명이 엉덩이와 어깨 부위 등에 화상을 입었던 '2010년 중구 다운동 주택화재'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당시 4층짜리 다세대주택에 발생한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호스를 들고 건물로 진입한 3명의 소방대원.

30대 여성과 열 살이 안 된 어린아이 두 명이 4층 가정집 방에 갇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소방호스는 실내까지 닿지 않았다.

1분 1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대원들은 호스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했다.

사투 끝에 일가족 3명을 찾아 구출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대원들은 몸에 1∼2도 화상을 입고 수일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유 소방령은 "소방 호스는 화재를 진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진입 과정에서 소방대원의 방패가 돼 대원을 불길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스를 연장하는 1∼2분 동안 물이 끊기면 화염이 확산해 대원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 노즐을 사용하면 그런 위험 없이 호스 연장 도중에도 계속 물을 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화 호스가 아래쪽 밸브에 연장된 상태로 물을 분사하는 바이패스 관창 [촬영 장지현]

실제로 이날 북부소방서 송정119안전센터 대원들이 시연해 보인 소방호스 연장 훈련에서 바이패스 관창을 썼을 때 물이 중단된 시간은 단 3초였다.

목표물까지 호스 길이가 모자라 연장이 필요한 상황.

대원 한 명이 계속 물을 뿌리면서 연장을 요청하자 다른 대원 한 명이 호스를 들고 와 물을 분사 중인 노즐 하부에 끼웠다.

호스를 끼운 대원이 연장된 호스 끝부분을 들고 '연장 완료'를 외치자 물을 뿌리던 대원이 바이패스 관창 손잡이를 앞으로 젖혔다.

그러자 원래 물을 뿜던 노즐에서는 분사가 그쳤고, 정확히 3초 뒤 물은 연장된 호스에서 뿜어져 나왔다.

반면 기존 노즐을 사용하다가 호스를 연장한 경우에는 1분 넘게 물 공급을 중단해야 했다.

모두 숙련된 대원들이었지만, '방수 중단'을 외친 뒤 물을 잠그고, 노즐을 풀어 해제해서 해당 부위에 새로운 호스를 연결하기까지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었다.

바이패스 관창 손잡이를 뒤로 젖히자 분사구에서 물을 뿜는 모습 [촬영 장지현]
바이패스 관창 손잡이를 앞으로 젖히자 연장된 소화호스로 물이 내려가는 모습 [촬영 장지현]

울산소방본부는 지난 3월부터 바이패스 관창 완성품을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각 소방관서에 시범 도입했다.

시범 도입 수량은 총 15개였지만, 추가 수요가 있어 현재는 총 27개가 울산시 내에서 운용 중이다.

울산소방본부는 내년도 예산에 비용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 전 소방관서에 바이패스 관창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유 소방령은 "만드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사실 만들고 보니 작동원리나 방법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며 "대원 보호와 시민 안전을 위해 오래 고민한 결과로 만들어진 발명품이니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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