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많이 맞으라며 낄낄”…교수된 ‘태움’ 선배 폭로한 간호사 무죄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2023. 9. 16. 11: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을 한 선배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가 됐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간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 판사는 "B 교수는 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서 사인(私人)이라 볼 수 없고, 과거 A 씨를 비롯한 간호사들에게 폭언·폭행 등 가혹행위를 했는지는 교수에게 후학을 양성할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 있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을 한 선배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가 됐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간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조아람 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1년 3월 4일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 ‘너스케입’에 ‘9년 전 저를 태운 7년 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라는 제목으로 허위 사실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글에 “chest portable(이동식 엑스레이 촬영 기기) 오면 그 앞에 보호장비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고 낄낄거리며 주문을 외시던 분”이라며 “동그란 립스틱을 썼는데 ‘네가 싸구려를 쓰니까 못생긴 거야’라고 했다. 다른 동기들은 살 빠지는 애들도 있는데 혼자 찐다고 엄청 괴롭혔다”고 적었다.

이어 “‘네가 그렇게 재수 없는 X이라 네 엄마가 아픈 거야’ 등의 말을 했다”며 “무릎 뒤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기도 했다. 저는 겁을 먹어서 무슨 잘못인지 제발 알려달라고 비굴하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스케입에 글을 올린 다음 날인 3월 5일 같은 내용의 글을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도 받는다.

A 씨와 선배 간호사인 B 교수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충청권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B 교수는 이후 다른 지역의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검찰은 “간호사는 엑스레이 촬영 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므로 B 교수가 A 씨에게 보호장비를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으라고 주문을 외운 사실이 없다”며 A 씨를 허위 사실 기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A 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고, 동일한 피해를 봤거나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댓글과 댓글 작성자의 제보 등에 비춰 B 교수로부터 폭언·폭행 등을 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B 교수 측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확인서 등은 이를 작성한 이들이 직장 및 경력 때문에 B 교수에게 유리하게 진술할 수밖에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 판사는 ”B 교수는 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서 사인(私人)이라 볼 수 없고, 과거 A 씨를 비롯한 간호사들에게 폭언·폭행 등 가혹행위를 했는지는 교수에게 후학을 양성할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 있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져 오는 태움 같은 악·폐습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점, 글을 게시한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간호사 집단 및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