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순위 한국가스공사, 계속되는 드래프트 흑역사
‘2023 KBL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수원 KT의 역대급 드래프트 행운이 재조명되고 있다. 로터리픽만 총 16번에 1, 2순위를 각각 6번씩 가져가며 타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함께 언급되는 팀이 있으니 다름 아닌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인천 전자랜드)다. 안타깝게도 KT와는 반대 의미로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9위로 시즌을 마친 한국가스공사 팬들은 이번 드래프트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 고려대 전성기를 이끈 포워드 문정현(22‧194cm)과 가드 박무빈(23‧184.4cm)을 비롯 연세대 가드 유기상(22‧188cm) 등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되는 자원이 셋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관계로 16%의 확률을 배정받았던지라 충분히 빅3중 한명을 노려볼만 했다.
아쉽게도 현실은 냉혹했다. 같은 확률의 KT는 그렇다 치더라도 6강 진출팀 울산 현대모비스(12%)와 4강 진출팀 창원 LG(5%)에게도 밀렸다. 물론 높은 확률이 꼿 높은 지명 순위를 장담하지는 않는다. 한국가스공사 팬들이 속이 터지는 것은 이러한 드래프트 불운이 한두번이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원년부터 시작해 몇해 동안 로터리픽과는 인연이 없던 한국가스공사는 2001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4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현준을 지명한다. 그러나 이미 KCC(전 현대)와 얘기가 되어있었던 관계로 곧바로 트레이드로 떠나보내게 된다. 다음해 드래프트에서는 6순위가 걸리며 김주성, 성균관대 3인방(정훈 진경석 이한권), 박지현 등 주목받던 5인방을 모두 놓치며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 성적에 따라 상위픽 확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변화무쌍한 드래프트 제도에서 지명운은 주기적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2000년도 중반이 그랬다. 한국가스공사는 2004년 김도수(4순위)로 예열을 한후 2006년 드디어 1순위 지명권을 얻는다. 꿈에 그리던 최고의 순위를 얻었다는 점에서 한없이 기쁜 일이었지만 팀과 팬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소소했다.
확실한 대형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던 흉작 드래프트라는 이유가 컸다. 대학 무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연세대 슈터 전정규를 뽑았지만 팀 전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직전해 방성윤, 다음해 김태술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하필이면 2006년도에 1순위가 나왔냐'며 탄식이 그치질 않았다. 더불어 당시의 전정규 지명은 지금까지도 한국가스공사 드래프트 흑역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물론 당시 드래프트에서는 이후 '조선의 슈터'로 불리며 한시대를 풍미하게될 조성민(8순위)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명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성민이 역대급 슈터중 한명으로 성장할 것으로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를 지명한 KT(전 KTF)의 스틸픽이 되고 말았지만 그러한 경우는 드래프트 역사를 통틀어도 흔치 않은지라 '왜 조성민을 뽑지 않았냐?'는 등의 지적은 의미를 두기 어렵다.
2007년도는 역대급 황금드래프트로 불린다. 그해 한국가스공사는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전 1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로 인해 빅맨 최대어 이동준을 오리온스로 보낸다. 대신 4순위 LG와 전 시즌 트레이드가 있었던지라 정영삼을 데려올 수 있었다. 만약 이때 가스공사가 1, 2순위가 걸려 김태술 혹은 양희종을 지명했다면 팀 역사는 달라졌을 공산도 컸다는 평가다.
이어진 황금드래프트 2008년도에서도 기회는 있었다. 역대급 센터인 하승진을 필두로 김민수, 윤호영 등을 놓치기는 했지만 4순위로 전천후 대형가드 강병현을 뽑으며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병현은 가스공사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이후 서장훈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긴 후 전주 왕조 건설의 주축이 된다.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한국가스공사는 2009년도에도 1순위 지명권을 얻기는 했으나 활짝 웃지 못했다. 3년 만에 또 1번픽을 얻은 것은 호재였지만 하필이면 골짜기 세대 드래프트 때만 골라서 1순위가 걸렸다. 방성윤, 김태술, 하승진 등이 나왔을 때는 피해가고 로터리픽 조차 애매한 드래프트 때만 1순위가 나오는 것이냐며 속 터져 하는 팬들도 많았다.
이때 1순위로 지명된 박성진은 전정규와 함께 역대 최악의 1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필이면 모두 한국가스공사가 지명권을 행사했던지라 해당팀,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KCC, DB 등도 로터리픽, 1순위 지명 횟수 등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팀이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다’는 말처럼 잘 뽑은 1순위 하승진, 김주성으로 인해 수차례 우승 및 왕조건설을 이룩할수 있었다. 횟수는 적지 않았으나 타이밍이라는 운이 맞지 않아 흑역사가 끊이질 않는 한국가스공사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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