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빵지순례’ 성지…주말에만 단팥빵 1만개 팔린다는데 [남돈남산]
1945년 문 열어 4대째 경영
본점에서 파는 빵만 약 300개
“매장 많아지면 맛 유지 힘들어
프랜차이즈 사업요청 모두 거절”
지난달 23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성당 군산 본점 본관에는 이성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인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려는 사람들도 북적였다. 본관 바로 옆에 위치한 신관은 한산했다. 단팥빵과 야채빵은 본관에서만 판매된다. 신관은 일부 빵과 선물 세트 빵 등을 판매하는 1층과 2층 카페로 구성돼 있었다.
이성당에 의하면 군산 본점의 단팥빵, 야채빵의 평일 판매량은 각각 약 7000개, 약 6000개이며, 주말 판매량은 단팥빵이 약 1만1000개, 야채빵은 약 1만개에 달한다. 단팥빵은 1940년대 중반, 야채빵은 1980년대 중반 출시됐다. 단팥빵은 약 80년, 야채빵은 약 40년 동안 꾸준히 인기 있는 것이다.
이들 빵이 긴 세월 대중에게 사랑 받아온 가장 큰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팥빵은 진화해왔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는 2006년부터 단팥빵에 들어가는 재료인 밀가루 함량을 대폭 줄이고 쌀가루를 이용해 단팥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야채빵에는 양배추, 당근, 양파, 후추, 깨소금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야채소가 들어간다. 주재료인 양배추가 듬뿍 들어가서 씹는 순간 아삭한 식감을 느끼게 한다.
“이성당 경영자들이 누구나 날마다 경제적인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만든 빵이 단팥빵, 야채빵이었어요. 1980년대 초반 사라다빵이 대중에게 인기였는데, 사라다빵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인 감자의 맛이 실온에서 금방 변하기 때문에 감자를 빼고 사라다빵과 비슷하게 개발한 게 야채빵이었어요.”
이성당 본점에서 판매하는 빵의 종류는 약 300가지에 달한다. 이 중 약 80%의 빵에 쌀가루가 들어간다. 이성당은 2019년 쌀크루아상 개발에도 성공하고 선보였다.
1970년대 후반 출시된 모닝 세트도 이성당의 인기 메뉴이다. 아침 특정 시간대에만 판매된다. 토마토와 야채가 들어간 수프, 계란프라이, 샐러드, 우유, 커피, 식빵 토스트, 호두 바게트, 잼과 생크림 등 푸짐하게 구성됐는데, 가격은 1만원이 안 돼서 여행객은 물론 군산 주민들에게 아침 식사로 인기가 좋다.
이후 히로세 야스타로의 아들인 히로세 켄이치가 이즈모야를 경영했지만,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면서 히로세 가문 사람들은 쫓겨나듯 일본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1945년 이성당의 초대 사업주인 이석호 씨가 현재의 이성당 군산 본관 자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이성당 이름으로 작은 규모의 빵집을 열었다. 이후 그는 1948년 이즈모야를 인수한 후 이성당으로 탈바꿈했다. 몇 년 후 그는 이종사촌(3대 사업주 오남례 씨의 남편)인 조천형 씨에게 이성당을 넘겼으며, 조천형 씨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내인 오남례 씨가 3대 사업주가 됐다.
3대 사업주 오남례 씨의 뒤를 이어 그의 며느리인 김현주 이성당 대표가 2003년 대표로 취임해 가업을 잇고 있다. 김현주 대표의 자녀들도 이성당에서 일을 배우며 이성당은 4대째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가 가장 긴 제빵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의 남편은 별도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성당은 군산 본점을 포함해 전국에 총 8개의 매장이 있으며, 전부 직영점이다.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요청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는 권유도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가맹 사업을 통해 더 큰돈을 버는 길 대신 이성당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더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이성당의 매출액은 247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이다.
“매장이 많아지고 특히 가맹점이 많아지면 빵 맛을 유지하는 게 힘듭니다. 이성당 어느 매장에서 빵을 구입해도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계획이 없습니다. 이성당의 전신인 ‘이즈모야’는 1910년대 초반 군산에서 출발했고, 1945년 ‘이성당’으로 다시 출발했을 때도 현재 이성당 군산 본점 자리를 떠난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본점 자리를 지킬 겁니다. 유럽에는 100년 기업은 물론 대를 이어온 빵집도 정말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대를 이어 경영해온 기업이 드물죠. 이성당을 누구나 가게 문을 열고 마음 편히 들어올 수 있는 곳, 날마다 찾고 싶은 곳, 100년 빵집으로 키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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