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강조' 中, 9개 지방도시 공개 질책…"농지훼손 심각"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최근 식량 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들을 직접 지목해 경작지 보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16일 중국청년보 등 매체들에 따르면 천천자오 중국 국가자연자원전담부총감독은 전날 허베이성 스자좡시 등 지방정부 9곳의 주요 책임자를 베이징에 불러 올해 발견된 위법·위규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 면담을 '웨탄'(約談·예약 면담)이나 '젠타오'(檢討·과실 분석과 자기비판) 등의 어휘로 표현했다. 이 중 웨탄은 당국이 기업·기관·개인을 불러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토록 하거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일종의 구두 경고 행위다.
베이징에 소환된 지방정부 명단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달 6∼8일 방문해 직접 식량 안보 문제를 거론한 동북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를 비롯해 저장성 원저우시, 안후이성 추저우시, 산둥성 린이시, 광시 좡족자치구 허츠시, 구이저우성 첸시난주, 윈난성 쿤밍시, 간쑤성 란저우시 등이 포함됐다.
중국 중앙정부 당국은 이들 지방 책임자를 상대로 직접 대면해 문제를 지적했고 '엄중한 비판'을 했다고 중국청년보는 전했다.
또 "지방정부가 책임을 다해 정돈·개혁·조사·처리의 강도를 높이고, 경작지 위법 행위를 단호히 억제하며, 경작지 보호의 '레드라인'을 단단히 지키라"고 촉구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2018년) 자연자원부가 생긴 이래 이렇게 규모가 크고 집중된 공개 면담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와 관련 부문이 토지의 위법 사용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허베이성 스자좡시가 올해 지적받은 사항 46건 중 지방정부와 부문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총 17건, 면적은 4.56㎢에 달했다. 개인이 농경지에 공장과 창고를 짓는 등의 행위를 지방정부가 묵인·종용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중국 당국은 설명했다. 하얼빈의 경우 2019년 1급 비닐하우스 인증을 받은 한 농장이 올해 들어 휴양·오락시설로 불법 개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180만3천t의 광물 불법 채굴이 적발된 안후이성 추저우시 등의 사례도 공개적으로 질타 대상이 됐다.
광시자치구 허츠시에선 미승인 인프라 투자로 농경지 등 6.81㎢가 불법 점유된 상태였고, 구이저우성 첸시난주에선 정부 플랫폼 회사가 실제 건설도 안 될 사업을 명목으로 저리 융자를 받기 위해 토지를 양도받은 뒤 7억1천100만 위안(약 1천3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이러는 사이 경작지의 '비농업화'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본다. 비농업화 관련으로 111건의 문제를 지적받은 산둥성 린이시에선 경작지 0.71㎢가 주택 건설과 레저·관광 프로젝트에 쓰였다.
전날 회의에서 시장들은 "부끄럽고, 자책한다"거나 "부끄러움을 알고 나니 용감해진다", "단호히 시정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펑파이는 소개했다.
회의를 소집한 천천자오 부총감독은 "9개 지방정부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의 배후에는 정치적 입장이 높지 않고, 성과에 대한 관점이 편향된 문제가 있으며, 업무 태도가 엄밀하지 못한 원인이 있다"며 "책임 부담이 약해서이기도 하고, 이익 때문이기도 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며 '허수아비'나 '종이호랑이', '고무줄' 같은 표현도 동원했다고 펑파이는 설명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주식 자급률 100%, 곡물 자급률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작 가능한 토지가 전 국토의 7%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략적인 약점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인식 속에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최근 식량 안보를 화두로 내세우는 일이 잦아지는가 하면 러시아와 국경 곡물 무역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는 등 식량 수입 채널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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