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대통령, 아들은 아들"… 선 그은 美 백악관

김태훈 2023. 9. 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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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53)이 불법 총기 소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백악관은 '사적인 문제'로 규정하며 말을 아꼈다.

헌터의 재판이 예고된 상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 자체가 백악관에는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내란 선동 등 여러 건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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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바이든 기소에 어떤 언급도 안 해
'판사와 사법부에 외압' 지적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53)이 불법 총기 소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백악관은 ‘사적인 문제’로 규정하며 말을 아꼈다. 이 문제에 관해 어떤 언급을 하더라도 결국 사법부에 대한 압력 행사로 받아들여져 바이든 대통령한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 자녀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 헌터는 14일(현지시간) 불법 총기 구매 및 소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어제(14일) 혐의가 공개된 이후 대통령께서 아들과 대화를 나눴느냐”고 질문했다. 헌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해 온 데이비드 와이스 특별검사는 전날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불법으로 총기를 구매·소유한 혐의로 헌터를 불구속 기소했다. 헌터의 1심 재판은 주거지가 있는 델라웨어주(州)를 관할하는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언론에 알릴 만한 새로운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나는 대통령께서 가족과 나눈 사적인 대화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코 그것(대통령의 사적 대화)에 관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헌터의 재판이 예고된 상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 자체가 백악관에는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를 위로했다’는 내용만 공개되어도 담당 판사한테는 무언의 압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 경우 야당인 공화당이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사법부의 독립을 무력화하려 한다”며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을 것이 뻔하다. 마침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아들을 돕기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다며 탄핵소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가 특검팀 수사를 받는 동안 해당 사건 수사를 특검에 넘긴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과 일절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수사 외압설을 차단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 도중 질문할 기자를 선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검팀에 따르면 헌터는 2018년 10월 델라웨어주 한 총기 상점에서 거짓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권총을 구입해 11일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약 중독 이력이 있으면 총기를 구매할 수 없는데, 헌터는 자신의 마약 중독 이력을 숨긴 채 총을 샀다는 것이다. 총기 구매 시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는 최장 2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미 언론들은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로 인해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내란 선동 등 여러 건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결국 2024년 대선 결과는 두 사람 다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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