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대좌하는 바이든… 백악관에는 안 들인다

김태훈 2023. 9.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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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냐, 뉴욕이냐.'

2022년 12월 취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처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장소를 두고 그간 미 언론은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 왔다.

이튿날인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돌아가 역시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찾는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정중히 맞이할 것이란 점과 비교하면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서운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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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무력화 시도 이후 관계 냉각
정상회담 첫 의제도 '민주주의 가치'
이란 위협 공동 대처는 후순위 밀려

‘워싱턴이냐, 뉴욕이냐.’

2022년 12월 취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처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장소를 두고 그간 미 언론은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 왔다.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초청한다면 제대로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지만 지금 미·이스라엘 관계는 그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게티이미지 제공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는 20일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양자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장소는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이다. 네타냐후 총리로선 취임 후 처음 미국에 가는 것인 만큼 백악관 방문을 희망했겠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튿날인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돌아가 역시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찾는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정중히 맞이할 것이란 점과 비교하면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서운할 법도 하다.

더욱이 설리번 보좌관은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미·이스라엘 두 나라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들었다. 그간 양국 정상이 만나면 제일 비중있게 논의해 온 이란의 핵무기 개발 등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후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말이 개혁이지 실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다.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한 사안도 의회가 결의하면 해당 판결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 조치를 ‘사법부 무력화’로 규정하며 냉소하는 이유다. 네타냐후 내각이 사법부 무력화에 나선 뒤 이스라엘에선 연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삼권분립 훼손을 중단하라” “민주주의를 회복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탸냐후 내각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포를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행정부는 여러 차례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사법부 개편 시도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의 권고를 뿌리친 채 사법부 무력화를 강행했다. 미·이스라엘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얼어붙은 이유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대하는 네타냐후 내각의 경직되고 강압적인 자세도 백악관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2022년 12월 취임해 9개월가량 재임한 네타냐후 총리가 아직 바이든 대통령과 한 번도 양자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스라엘은 외교력을 총동원해 백악관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게끔 시도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어렵사리 성사된 회담 장소도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대신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정해졌다.

일각에선 백악관이 미·이스라엘 정상회담의 첫번째 의제로 민주주의를 제시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한테 사법부 개편의 원상복귀를 촉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경우 회담은 상당히 냉각된 분위기 속에 이뤄질 수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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