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기저귀 싸대기' 학부모 "나도 피해자···아동학대 교사 향한 절규” 항변

김태원 기자 2023. 9.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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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원장 고소
지난 10일 한 학부모로부터 ‘인분 기저귀’를 맞은 어린이집 교사. 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캡처
[서울경제]

어린이집 교사 얼굴에 ‘인분 기저귀’를 던진 40대 여성이 ‘자녀가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세종시 한 어린이집 학부모 A씨는 14일 "기저귀를 (선생님에게) 투척한 것은 잘못된 일이고 이 일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이 사건은 정서적 아동학대를 당한 학부모의 절규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A씨는 어린 자녀가 치료를 받고자 입원해 있던 병원에 사과하러 온 해당 어린이집 교사 B씨 얼굴을 향해 ‘똥 기저귀’를 던졌다.

이 일이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은 격분하고 학부모에 대한 ‘신상 캐기’에 나섰다.

학부모 A씨는 이에 대해 "보호자 외에 출입이 금지된 입원실에 미리 알리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당황했다"면서 "온종일 잠을 못 자고 아파하는 둘째와 첫째를 모두 돌보다가 갑자기 찾아온 교사를 보고 그동안 쌓인 분노가 터졌다"고 억울해 했다.

A씨는 "(교사가 '애를 혼자 골방에서) 안 재웠다'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고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라며 "근데 때마침 그때 하필이면 없었어야 할 아기 똥 기저귀가 있었다. 만약 내 손에 그게 없었으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이어 "악마같이 아기를 (혼자 골방에서) 재운 걸 천하태평인 얼굴로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흐느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하면 왜 내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을까, 왜 잘못한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그렇게 했나 싶다.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교사가) 악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날인 지난 9일 자신이 담임 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을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 세 살배기 아들이 놀이방에서 또래들과 자지 않고 붙박이장처럼 좁고 깜깜한 방에서 혼자 잤다는 사실을 지난달 말 알게 됐다.

A씨는 "아이가 집에서 갑자기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자는 거 무서워'라는 말을 하길래 어린이집에 확인했으나 처음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겠다고 하니 그때서야 '아이가 원해서 그랬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줄 모르는 만 2세의 아이(2020년 9월생)가 본인이 원해서 그랬다고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정서적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며 "골방처럼 좁고 캄캄한 공간에 아이를 혼자 재웠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했다"고 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앞서 지난 6월 어린이집에서 오전 산책 후 인원 파악이 안 된 상태로 현관문이 닫히는 바람에 아이 혼자 몇 분간 밖에서 배회하고 있던 걸 이웃 주민이 발견한 일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A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의 잘못으로 미아가 될 뻔한 일이 있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실수라고 사과를 해서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다"면서 "두 달 정도 어린이집을 쉬다가 다시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그 뒤로 머리 뒤를 어딘가에 박거나 머리카락을 쥐어짜는 등의 이상행동 등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생긴 상처를 두고도 A씨는 담임교사에게 아이 몸에 상처를 낸 아이와 그 학부모에게 행동 지도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도 담임교사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

기저귀를 얼굴에 맞은 피해 교사 B씨는 학부모 A씨를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어린이집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B씨 남편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려 어린이집 교사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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