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김남기 1호 ETF, KODEX200 제쳤다…삼일천하 설욕전
2019년 미래운용行 김남기 대표 1호 출시 ETF
15년 만에 세대교체…"수십조 규모 성장 가능"
"지수투자 매력↓, 개인·기관·외인 코스피 안 사"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15년 만에 상장지수펀드(ETF) 왕좌가 교체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가 기존 순자산규모 1위였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을 밀어냈다. 한때 삼성자산운용에 몸담았던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의 야심작이 통했다. 국내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친정집 대표상품을 넘어선 것이다.
ETF 시장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 아성을 위협한 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TIGER 200’으로 1위 자리를 꿰찼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사흘 만에 KODEX 200이 왕좌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15년 전 삼일천하로 끝났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 1위 기록이 설욕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은 순자산 6조3308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766개 ETF 중 1위다. 이로써 15년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KODEX200 (순자산 6조1464억원)은 자리를 내줬다.
1년 전만 해도 두 상품의 자산 격차는 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를 맞으며 상황이 역전됐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CD금리도 오른다. 가령 기준금리가 3%대 중반까지 오를 거라 예상 못한 투자자가 3년짜리 2% 예금을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금리는 2%로 유지된다. 하지만 CD금리투자 ETF를 사면 상승한 이자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두드러지는 차이는 개인투자자 순매수 추이다. 올 들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에는 개인 투자자금 1190억원이 몰린 반면 KODEX 200에서는 1972억원 순매도가 일어났다.
운용업계에선 지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예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요즘 청바지에 흰 티는 잘 안 입지 않느냐”는 말마저 나온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종목 200개에 충실하지만 잔잔하게 투자하는 것보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테마주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란 비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특정 테마에 쏠림이 있는 증시상황에선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도 “코스피200에 대한 시장 수요는 거의 없는 수준이며 차익거래도 미미하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시장은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도 “코스피200 우상향 기대감이 약해지는 가운데 좋은 대체재로 나스닥100과 S&P500 등 해외 지수형이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은 2차전지 등 특정 테마 위주로 재편되며 기관과 개인, 외국인 모두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에 관심이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자산운용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ETF 시장의 플레이어가 늘어나며 자산이 늘어도 점유율 측면에서는 40%대를 지키지 못하고 2위에 추격을 당하고 있는데다 삼성자산운용 출신 대표가 진두지휘한 상품에 1위도 내준 상황이어서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뒤 8개월 만인 2020년 7월에 해당 ETF를 출시했다. 김 대표의 1호 ETF이다.
2002년 상장한 KODEX 200이 ETF 순자산규모 1위가 아니었던 날은 단 사흘에 불과했다. 7월14일 TIGER 200이 1위에 올랐지만 7월 17일 KODEX 200이 순위 방어에 성공한 뒤로 줄곧 1위를 지켜왔다. 15년 전 삼일천하가 반복되는 건 아닐까. 김 대표는 “현재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규모가 6조원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수십조원으로 폭풍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격적 성향의 주식투자자뿐 아니라 안정적 성향의 예금투자자들도 ETF를 선택하게 된 만큼 앞으로 투자자금이 더 몰릴 것이란 기대다. ETF가 단순히 주식시장 투자 수단이 아니라 예금에 투자하는 안정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던 ETF가 1위를 내준 건 ETF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주식형펀드보다 MMF펀드에 훨씬 큰 자금이 몰려있는 만큼 금리형 ETF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기준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63조8193억원으로, MMF펀드(122조원)가 두배 가량 크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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