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다르빗슈도, 다나카도 못했는데 이 선수가 하나… 노모 전설을 소환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해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센가 코다이(30‧뉴욕 메츠)는 현시점 퍼포먼스로만 따지면 메이저리그 최고 선발 투수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최근 15경기 평균자책점은 2.68, 최근 7경기 평균자책점은 2.22에 불과하다.
그런 센가에게 15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경기는 꽤 의미가 큰 경기였다. 센가는 이날 만만치 않은 애리조나 타선을 맞이해 6이닝 동안 단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 승리를 이끌고 시즌 11승째를 수확했다. 제구도 좋았고, 주무기인 ‘유령 포크볼’을 앞세워 2S 이후를 지배한 끝에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츠와 5년 7500만 달러(약 998억 원)에 계약한 센가는 당초 ‘3선발만 해줘도 성공’이라는 평가에서 이제는 에이스급 투구를 하고 있다. 센가는 이날 승리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2.95)을 마크하게 됐다. 앞으로 등판이 조금 남아있지만, 이대로라면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155이닝을 던진 가운데 탈삼진도 191개다.
센가의 상승세가 놀랍기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센가는 전반기 제구 불안이 노출되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첫 한 달간 평균자책점은 4.15였다. 아주 나쁜 투구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만족할 만한 투구도 아니었다. 포크볼은 명불허전이었고, 패스트볼에도 힘이 있어 삼진을 잘 잡아냈지만 볼넷이 너무 많아 불안한 투구가 이어졌다. 잘 던지다가도 주자를 쌓아두고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5월 이후 제구가 안정감을 찾으며 순항하기 시작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을 3.31로 마친 센가는 후반기 11경기에서는 4승2패 평균자책점 2.47이라는 에이스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러모로 우울한 시즌에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슈어저까지 모두 팔아버린 뉴욕 메츠지만, 센가를 중심으로 로테이션을 재건할 수 있는 희망이 부풀고 있다.
그런 센가는 아시아 투수 역사상 보기 드물었던 대업을 남길 가능성도 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에 규정이닝을 던지면서 2점대 평균자책점, 그리고 2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딱 한 명밖에 없어서다.
주인공은 일본인 메이저리거의 선구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노모 히데오다. 일본프로야구를 박차고 나가 1995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룬 노모는 지금도 회자되는 강력한 투구로 ‘토네이도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노모는 데뷔 시즌이었던 1995년 28경기에서 191⅓이닝을 던지면서 236개의 삼진을 잡았고, 2.5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당시 내셔널리그 신인왕이자 사이영상 투표 4위, 올스타에 탈삼진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노모 이후 데뷔 시즌에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2013년 다르빗슈 유(당시 텍사스)와 이와쿠마 히사시(당시 시애틀)가 이 조건을 충족하기는 했다. 그러나 다르빗슈는 2012년 풀타임을 던진 선수였고, 이와쿠마 역시 2012년 30경기에 던진 기록이 있었다.
KBO리그를 평정했던 류현진(토론토)도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미끄러지며 2점대 달성은 실패했다. 탈삼진도 154개였다.
일본인 투수 역사상 최고 금액(7년 총액 1억7500만 달러)을 받고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도 팔꿈치 부상에 발목이 잡혀 이 고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2014년 평균자책점은 2.77을 기록했으나 시즌 중반 이후 팔꿈치 통증이 생겨 투구를 중단했다. 수술은 받지 않았지만 꽤 오랜 기간 주사 치료를 해야 했다. 결국 규정이닝과 200탈삼진 고지에는 한참이 모자랐다.
가장 근래에 달성한 아시아 선수는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는 지난해 166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을 기록했다. 다만 오타니도 루키 신분은 아니었다. 센가의 올해 도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메츠로서는 이런 경기력의 선수를 5년 7500만 달러에 쓸 수 있는 건 행운일 수도 있다. 다만 센가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합계 400이닝 이상을 던지면 잔여연봉 30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포기하고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가운데 올해 목표치를 상당 부분 채운 것도 긍정적이다.
이런 센가의 활약은 아시아 투수들의 지속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장 올해 FA 시장에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가 최대어 중 하나로 떠올랐다. 센가보다 훨씬 젊고, 일본프로야구에서의 실적도 좋은 야마모토다. 당연히 센가의 몸값을 기준으로 그 이상의 금액이 책정될 전망이다. 선배 덕을 잘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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