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는 인천 노동자 “앉을 권리 없나요” [현장, 그곳&]
‘앉으면 불친절’ 민원에 종일 서서 일해
처벌 규정 전무… 노동환경 개선 시급
“‘앉을 권리’요? 그런 게 있나요?”
15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카페.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지만, 직원 2명은 계산대에 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그 흔한 의자조차 없기 때문.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씨(23)는 “매일 오래 서서 일을 하다 보니 집에 가서 마사지 기계를 이용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발이 붓는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현실은 ‘장식용’에 불과한 상황. 직원들은 밀려드는 손님들의 계산을 하느라 앉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의자에 앉아 응대를 할 경우 ‘불친절하다’는 민원에 시달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앉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계산원 이모씨(45)는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면 직원들이 제대로 응대하지 않는다고 손님들이 생각할 수 있어 거의 서 있는 편”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노동자의 ‘앉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십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선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카페 및 소규모 매장 대다수가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마트에는 의자가 있지만, 노동자들이 사업주와 손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법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 소장은 “지금도 카페 및 소규모 매장은 거의 의자가 없다”며 “처벌 조항이 없다보니 사업주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 휴식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실태조사부터 한 뒤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부고용청 관계자는 “사업장 위험성평가를 할 때 ‘의자 비치’ 목록을 추가해 지속적으로 지도·점검하겠다”며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를 위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홍보 자료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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