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시속' 강훈, 소년의 마음으로…"계속 짝사랑만 해도 괜찮아요"[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너의 시간 속으로' 정주행을 마치면 가슴에 남는 얼굴이 있다. 돌아보면 그곳에 반드시 있을 것처럼 올곧은 눈, 해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년, 정인규를 연기한 배우 강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남시헌(안효섭)의 친구이자 권민주(전여빈)를 짝사랑하는 모범생 소년 정인규를 연기한 강훈은 자신만의 재해석과 체중을 8kg 이상 감량하는 부단한 노력으로 원작 '상견니' 속 모쥔제와는 또 다른 결의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시켰다.
'상견니' 속 모쥔제는 대만 배우 시백우가 연기해 '서브 남주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캐릭터다. 남몰래 짝사랑하던 권민주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남시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깨닫는 인물이다.
권민주의 변화로 그의 몸으로 들어온 한준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세심한 관찰력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는 권민주의 위험한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살해범이 되는 것도 자청하는 무서운 결단력을 가진 캐릭터다.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원작이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기에, 한국판 '상견니'인 '너의 시간 속으로' 제작은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리메이크 버전이 공개된 후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것 역시 '신드롬'이라 불릴 만한 원작의 인기 때문이다.
이같은 반응에 강훈은 "찾아보지는 않았다.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삶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작이랑 싱크로율이 좋았다고 해서 좋은 말만 들으려고 했다. 잘 표현한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라며 "안 좋은 반응을 보는 순간 하루가 망한다. 다른 건 강한데 일에서는 약한 것 같다. 아직 그런 걸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정인규는 여러 번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권민주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할머니가 죽은 후 남시헌이 보는 앞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모범생 소년의 비극적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정인규의 죽음은 남시헌이 20년의 시간을 홀로 버티며 타임슬립을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극 중 정인규의 선택에 "민주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도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겠다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던 것 같다"라고 정인규의 상황을 해석하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정말 좋아한다면 저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민주가 죽고 나서 저한테 남은 건 (남)시헌이랑 할머니라고 생각을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까지 잃은 슬픔은 (남)시헌이가 아무리 옆에 있어도 혼란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실제 저였다면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인규를 두고 봤을 땐 상실감이 엄청 크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라고 자신이 해석한 인규의 심경을 대신 설명했다.
강훈은 디테일이 선명한 연기로 수채화 같은 정인규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한준희가 남시헌, 정인규와 밥을 먹으며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 같은 '아재 개그'를 던질 때 "아~"하고 귀엽게 반응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소소하지만 자꾸만 곱씹어 보고 싶은 포인트를 선사했다.
강훈은 "'아~'라는 지문이 대본에 있었던 건 아니다. 전 (권)민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어떻게든 반응을 해줘야 한다고 준비를 해갔던 장면이었다. 사실 그런 아재 개그에 98년도에 웃었을까 생각을 했다. 인규가 받아들이기에 '알아들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드라마도 영화도 예능도 주목하고 있는 '라이징 스타'지만 '보석' 강훈이 발견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홍덕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이후 '라디오스타' 등 다양한 예능에 출연해 해사한 얼굴과는 180도 다른 순수한 '돌+아이' 매력까지 선보이며 연예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강훈은 "드라마를 쉬고 있었던 기간이 길었다.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짧은 순간일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너무도 길고 힘든 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직 때가 안 왔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다"라고 오랜 무명 생활에 지쳐갈 때를 떠올렸다.
이어 "예전에는 제가 오디션을 보면서 '선택해주세요' 이런 간절한 마음이었다면 요새는 감사하게도 대본을 보내주신다.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까 너무 행복하다"라며 "'난 다른 배우분들이 하는 건 못하겠구나' 목표를 줄여나가고 있던 상황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만나면서 꿈을 크게 키우고 있다"라고 웃었다.
이어 "좀 더 높은 곳을 향해서 제 꿈과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일단은 저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강훈은 '작은 아씨들', '옷소매 붉은 끝동', '꽃선비 열애사' 등 많은 작품에서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다. 공교롭게도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도 짝사랑은 강훈의 몫이었다.
'짝사랑 전문 배우'라는 말에 강훈은 "쌍방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보다는 저도 짝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짝사랑을 하는 역할을 여러 작품에서 보여드리다 보니까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때 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보여드리고 싶다. 만약 제가 기억에 남는다면 계속 짝사랑 해도 괜찮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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