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계정 만들 때 '개인정보 공개' 기본 설정… EU, 틱톡에 4900억 과징금

불특정 성인에 아동 정보 노출될 우려
중국에 사용자 정보 전송 과정도 조사

틱톡 로고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개인정보 규제 당국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 대해 아동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수천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데이터 보호위원회(DPC)는 이날 성명에서 틱톡이 2020년 7~12월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여러 건 위반했다며 과징금 3억4,500만 유로(약 4,900억 원)를 부과했다. DPC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에도 지난 5월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 위반 혐의로 12억 유로(1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DPC는 틱톡이 2020년 16세 미만 사용자가 계정을 만들 때 개인정보 기본값을 ‘공개’로 설정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주의를 기울여 개인정보 설정을 ‘비공개’로 바꾸지 않으면,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다.

틱톡의 ‘계정 가족 연결’ 기능에 적절한 검증 장치가 없어서, 아동과 가족으로 연결된 계정이 실제로 부모·보호자의 관계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성인이 틱톡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데 이 기능을 악용할 수 있다.

아누 탈루스 유럽 데이터보호위원회(DPB) 의장은 로이터통신에 "SNS 회사는 사용자, 특히 어린이에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기본값 선택 사항을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DPC는 틱톡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으로 전송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틱톡은 즉각 반발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과징금 수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적 사항 대부분은 2021년 9월 DPC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수정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개·비공개 계정 간 차이를 명확히 하고 16세와 17세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 때 ‘비공개’를 기본값으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