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해지 신청하자 '1만원 할인 쿠폰'이 날아왔다

이혁기 기자 2023. 9. 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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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앱 구독경제의 이면
기존 고객에게 인색한 구독 앱
해지 요청하면 할인 제공해
결제 연장 뒤 기분 나쁜 꿀팁

# 앱 구독료를 할인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규 고객은 '첫 가입 서비스'를 받으면 그만입니다만, 기존 고객은 혜택을 받을 길이 없습니다. 플랫폼 업체들이 이미 '잡은 물고기'에겐 별다른 메리트를 주지 않기 때문이죠.

#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해지를 신청하면 포인트·무료 이용권 등의 혜택이 줄줄이 쏟아져 나옵니다. 더스쿠프가 앱 구독경제의 이면에 숨은 '기분 나쁜 꿀팁'을 살펴봤습니다.

일부 앱은 구독 해지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붙잡는다.[사진=더스쿠프 포토·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유료 구독 중인 앱이 몇개인가요? 기자는 넷플릭스(OTT), 유튜브(동영상 스트리밍), 쿠팡(쇼핑몰) 등 3개 앱을 유료 구독하고 있습니다. OTT의 경우, 다른 플랫폼에서 볼만한 작품을 내놓으면 추가로 구독하기도 합니다. 한달에 기본 3개, 많을 땐 4~5개 유료 구독 앱을 쓰고 있습니다.

구독하는 앱이 많다고요? 언뜻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기자만큼 유료 앱을 구독하는 소비자는 꽤 많습니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2021년 하반기 20세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 45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57.0%가 '앱을 유료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의 유료 구독 앱 수는 평균 2.2개입니다. 2년 전 결과이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수도 있겠군요. '앱 구독 전성시대'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렇게 유료 구독 서비스가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든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졌을 겁니다. 구독 서비스는 쓴 만큼 값을 내는 '종량제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독 서비스에선 드라마 한편, 음악 한곡만 이용하더라도 남들과 똑같은 가격을 내야 합니다.

월 5000~1만원 안팎의 구독료가 그리 비싼 건 아닙니다만, 문제는 이런 구독 서비스를 하나만 이용하는 게 아니란 점이죠. 이용하는 유료 구독 앱 수가 늘수록 소비자 입장에선 과소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꼬박꼬박 구독료를 낸다고 해서 특별히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유료 구독 앱은 기존 이용자보단 새로 가입하는 이들에게 큰 혜택을 줍니다. 구독자 수가 곧 실적으로 이어지는 구독경제 특성상 기업들의 신규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기존 이용자가 마치 '잡힌 물고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자료 | 컨슈머인사이트, 참고 | 2021년 하반기 기준]

이번에 취재한 내용도 이 부분입니다. '잡힌 물고기'인 기존 이용자가 구독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구독 해지'를 통해서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매월 1만900원을 내고 OTT 서비스 '웨이브'를 구독 중인 고객이 있습니다. 이 고객이 '구독 해지'를 신청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엔 '해지하실 이용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란 문구가 나옵니다.

여기서도 '취소'를 누르면 '이용권을 유지하시면 감사의 의미로 1만 코인을 드려요'란 문구가 나옵니다. 이 코인을 받고 가입을 유지하면 이론상 900원만 내고 웨이브를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고객은 1만원을 할인받은 셈입니다.

이같은 사례는 웨이브 말고도 또 있습니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도 불과 한달여 전까지 해지 시 할인 혜택을 지원했습니다. 당시 멜론 고객이 무제한 듣기가 가능한 '프리클럽(월 7900원)' 서비스를 해지하면, 멜론은 7900원 요금을 월 100원에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문구를 띄웠습니다. 요금을 대폭 깎아주는 식으로 고객의 구독 해지를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쓴 겁니다.

으름장 놔야 할인해 주는 구독 앱

어디 이뿐인가요. 쇼핑 앱의 대표주자인 쿠팡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쿠팡 와우'를 해지하면 3~4단계에 걸친 '고객 붙잡기'가 시작됩니다. '월 ○만원의 배송비 절감 효과가 사라져요' '새벽 배송을 이용할 수 없어요' '쿠팡 플레이(OTT)를 볼 수 없어요' 등 쿠팡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붙잡습니다.

그래도 해지를 요청하면 최후의 방법으로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안내합니다. 기자의 경우, 9월 13일 해지를 요청하니 11월 17일까지 2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주겠다는 안내창이 떴습니다. 기존 구독이 만료되면 다시 2개월 동안 무료 구독이 시작되는 방식입니다. 그다음엔 다시 4990원이 결제되는 유료 구독으로 전환되긴 합니다만, 쿠팡을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는 고객으로선 9980원의 이득을 본 셈이죠.

자! '꿀팁'을 알았으니, 이제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구독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방법을 연달아 쓸 순 없습니다. 웨이브 관계자는 "고객들이 웨이브를 더 오래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코인 서비스를 드리는 것"이라면서 "지급 가능한 기간을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해지 신청할 때마다 코인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매달 코인을 받아 구독료를 할인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쿠팡도 마찬가지입니다. 2개월 무료 사용을 한 뒤엔 별다른 안내 없이 다시 월 499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그 뒤엔 해지 신청을 하더라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모든 회원이 2개월 무료 이용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나는 이런 안내 없이 그냥 해지됐다' 'VIP 고객한테는 안 주는 서비스인 것 같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이용 경험이 적은 고객들에게 더 많은 이용 기회를 드리기 위해 해지 시 무료 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알고리즘으로 지급 고객을 구분하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기업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게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구독이 일상화한 현대 사회에서 구독 서비스 업체들의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언급했듯 '잡은 물고기'인 기존 고객들에겐 별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고객이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놔야 비로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실 이걸 혜택이라고 봐야 할지도 의문입니다. 코인(웨이브)·무료 이용권(쿠팡) 등 업체들의 할인 서비스가 모두 구독 연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입니다. 고객이 떼를 써서 '반쪽짜리 혜택'을 받아내는, 구독경제의 씁쓸한 이면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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