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팩토리원'을 가다 1-①]BMW 공장엔 '엔진'이 없다
[편집자주] 팩토리원(Factory1)은 우리말로 '1호 공장'을 말합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는 완성차 업체들의 팩토리원은 곧 완성차의 역사 자체입니다. 그렇다고 팩토리원이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연기관차 시대를 뛰어넘어 전기차 시대로 가기 위한 치열한 변화가 지금 전 세계 팩토리원에서 불꽃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시스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팩토리원을 직접 탐방해 그들의 제조업 정신과 미래를 향한 도전을 생생히 전해 드리려 합니다.
[뮌헨(독일)=뉴시스]안경무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찾은 독일 뮌헨 밀버츠호펜 암 하트 소재 BMW 뮌헨 공장은 뮌헨 도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이었다. 독일 3대 도시인 뮌헨 도심의 50만㎡ 이 공장은 BMW가 가장 처음 세운 일명 '팩토리원(1호 공장)'이다.
이 공장은 자동차 엔진 실린더 모양을 모티브로 본사와 박물관, 공장이 100m 간격을 두고 밀집해 있다. 이 3개 건물로 이뤄진 1호 공장이 독일 최고 전통 브랜드이자 세계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인 'BMW'가 처음 태동한 출발점이다.
BMW 뮌헨 공장, 문 닫는 '엔진 설비'
기자가 찾은 뮌헨 공장의 첫 인상은 국내 완성차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공장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뮌헨 공장 곳곳에 BMW 100년 '역사'가 잘 녹아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엔진 공장'의 퇴장이다. 공장 소개를 맡은 뮌헨 공장 홍보담당 볼프강 뮬바허 씨는 "더 이상 뮌헨 공장에선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엔진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뮌헨 공장의 프레스 공정과 조립 공정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엔진 공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원래 이곳에서 생산한 엔진은 BMW 전 세계 공장들에 보내졌지만, 다음 달인 10월 완전히 생산을 종료한다. 대신 이 자리엔 BMW가 최근 발표한 미래 전략 차종 '노이어 클라쎄(New Class)' 전기차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BMW는 엔진 공장의 정확한 현 상황을 기자에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근무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아 한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볼프강 뮬바허 씨는 "앞서 2021년 3기통과 4기통 엔진 생산 시설은 오스트리아 슈타이어 공장과 영국 햄스홀 공장으로 이전했다"며 "나머지 시설들도 올해 모두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1920년대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BMW의 100년 역사에서 내연기관차 엔진 라인이 철거되고 전기차 라인이 들어서는 것은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전성기 때는 1000여명의 직원들이 수시로 오가던 엔진 공장의 닫힌 철문은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듯했다.
실제 뮌헨 공장에선 철거 중인 엔진 공장을 비롯해 전체 설비의 3분의 1이 전기차 생산에 맞도록 바뀌고 있다. BMW가 2026년부터 뮌헨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바꿀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전기차 동시 생산…'혼류방식' 눈길
전기차 시대를 향한 준비는 2018년부터 시작했다. BMW는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수요도 함께 맞추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혼류 생산(동시 생산)하는 것이다.
이 혼류 생산의 핵심에는 공장 '자동화'가 있다. 뮌헨 공장 내부 조립 공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쿠카(KUKA)' 로고가 새겨진 노란색 로봇이다. 가로 폭 1미터, 세로 폭 3m 크기로 4개 로봇이 '1조'를 이뤄 1개 차체를 조립한다.
로봇들은 공정이 시작되면 '윙, 윙' 소리를 내며 마치 사람 팔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프레스 공정을 거친 금속판 부품이 들어오면, 로봇 팔들은 차량 앞뒤에 해당하는 부분과 실내 바닥을 구성하는 플로어 팬 부품을 일제히 조립한다. 이어 사이드 패널과 지붕, 문(도어), 보닛과 트렁크 부트 조립이 이어지는데, 이 조립 공정에선 사람의 개입은 볼 수 없다.
또 다른 주요 공정에서도 작업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 중심으로 이뤄진다. BMW 관계자는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계를 통해 모든 과정은 정밀 조립과 부분 용접 등의 과정을 거쳐 밀리미터(㎜) 단위까지 정확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전기차 생산을 위한 추가 투자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BMW는 순수 전기 모델 i4를 생산하기 위해 뮌헨 공장에 28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뮌헨 공장
주력 모델은 전기차인 i4다. 뮌헨 공장의 하루 생산량 중 50%는 전기차인 i4가 차지한다. 2025년 이곳에서 '노이어 클라쎄' 전기차 모델 생산이 시작되면 전기차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BMW는 2026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울 예정이다.
BMW 관계자는 "뮌헨 공장은 생산의 유연성 확보가 돋보인다"며 "당분간 고객 수요에 맞게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모든 파워트레인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특히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대신 설비를 곳곳으로 분산해 전 공장에서 독특한 '혼류 생산' 체계를 만들었다. 뮌헨 공장에서 생산하는 i4를 이외에도 레겐스부르크 공장에선 전기차 SAV(스포츠실용차)인 iX1을 생산한다. iX와 i7은 딩골핑 공장에서 만들고, 라이프치히 공장에선 고전압 배터리를 생산하는 식이다.
1개 라인에서 로봇을 통해 동시에 만들어지는 순수전기차 i4(미래)와 3시리즈 세단(현재). 이는 100년 역사의 BMW 1호 공장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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