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차에 방사포 북한 민방위 열병식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대대적인 열병식도 개최했는데요.
통상적인 열병식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탄도미사일 같은 전략무기가 아니라 트랙터나 생수 트럭 같은 민간 장비에 실은 재래식 무기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이런 열병식을 개최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김세로 기자, 하나씩 살펴볼까요?
◀ 기자 ▶
네, 북한 정권수립 75주년이 되던 지난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선 이른바 민방위 무력열병식이 개최됐는데요.
◀ 리포트 ▶
[북한 민방위 무력열병식/9월 9일] "농촌 기계화 초병들이 원수들의 머리 위에 불벼락 들씌울 복수의 포신을 높이 들고나갑니다."
농사용 트랙터가 122mm 방사포를 매단 채 행진하죠.
'룡악산 샘물'이란 글씨가 보이는 이 트럭 지붕에도 방사포가 놓여져 있고, 직원들은 작업모를 쓰고 가운까지 입었는데 자세히 보면 총을 들고 있습니다.
[북한 민방위 무력열병식] "우리 민방위 무력의 저 늠름한 모습. 우리 당의 자위적 군사노선의 빛나는 승리입니다."
이 화물차도 위에서 보면 영락없는 시멘트 운반 차량인데요.
덮개에 시멘트 포대를 얹어 방사포를 가려놨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농장이나 각종 산업현장에서 쓰는 장비를 개조한 무기를 선보이면서 전 주민이 언제라도 전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민방위 무력열병식] "일터에서는 혁신자, 진지에 나서면 명포수. 평화로운 나날에도 마음은 언제나 결전의 시각에 살고 있는 노농적위대원들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모든 주민들이 전쟁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걸 과시하려는 걸까요?
◀ 기자 ▶
네 열병식에 나선 북한의 노농적위군은 민간군사조직으로 우리의 민방위와 유사한데요.
글자 그대로 노동자와 농민 등으로 편성된 예비병력입니다.
평시에는 일터에서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시엔 지역별, 직장 단위별 군사조직으로 전환되는데 규모는 북한 인구의 1/4, 약 570만 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매년 한 차례씩, 20일에서 한달 간 합숙훈련도 하고 실탄사격도 합니다.
[조충희/(탈북민) 북한학 박사] "농민들 같은 경우에는 1년에 20일씩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요. 주로 농사지어야 하기 때문에 겨울에 많이 진행합니다. 노동자들인 경우에는 한 달 정도 훈련에 동원돼야 하는데 보름씩 나눠서.."
◀ 차미연 앵커 ▶
올해만 벌써 세번째 열병식인데요.
1년에 3번이나 열병식을 하는 건 무슨 의도가 있을까요?
◀ 기자 ▶
북한은 앞서 2월과 7월에도 정규군이 주축이 된 열병식을 열었죠.
이번 열병식은 화성 18형 등 전략무기가 등장했던 때와는 성격이 좀 다른데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3년 2번의 열병식 외에 열병식에 준하는 군사예식을 한차례 더 했던 적이 있긴 한데요.
[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예식(2013년 4월)] "미제 침략군 기지들과 남조선 주둔 미군 기지들을 초토화할 만반의 타격 태세를 갖추고..“
북한이 한해 세차례 열병식을 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핵은 가졌지만, 국제적인 고립이라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체제 결속, 대외적 위상 강화.."
김정은 위원장은 행사 참가자들과 기념촬영도 했는데요.
한 줄에 50여 명씩 16줄, 한꺼번에 8~900명이 함께 찍었습니다.
김위원장은 장소를 옮겨가며 15번 촬영했으니까 1만 2~3천명 정도와 기념촬영을 한 셈입니다.
북한은 이 밖에도 횃불 야회와 각종 공연 등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내부 결속을 도모했습니다.
김세로 기자(ser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2532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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