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제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문화사 2023. 9.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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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미래가 달린 경제교육은 필수다. 소비지출의 합리성을 익히는 것에서 시작해 투자의 원리까지 배우게 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미성년일 때부터 시작되는 조기 금융교육을 권장한다.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돈의 속성과 금융 지식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제·금융 관련 교육은 5학년 때 2시간짜리 ‘용돈 기입장 쓰는 법’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경제가 핵심 과목 중 하나인 것과 달리 지난해 실시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에서 사회탐구 영역의 경제 과목 응시자 비율은 고작 1.25%에 불과했다. 2021년 조선일보가 한국금융교육학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의뢰해 중·고교생 149명에게 금융 지식을 얻는 주요 경로를 물었다(복수 응답 허용). 응답은 부모(56%), 유튜브(39%), 인터넷 사이트(38%), TV(38%), 학교(20%), 신문(17%), 친구(7%) 순이었고 없다도 14%나 됐다. 종합해보면 어릴 때부터 아이들 간에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아는 것이나 금융 상품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 아이의 경제교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준비했다.

조기 금융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소득을 잘 관리해 쪼들리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결국 돈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단 투자의 공식을 살펴보자 ‘원금×수익률(or 이자)×기간=수익’이다. 수익을 높이려면 공식 중 어느 하나라도 수치를 높이면 되는데 가장 다루기 쉬운 변수는 시간이다. 돈을 모으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오래 끌어가는 것이 유리한데 유대인이 사용하는 흔한 교육법이기도 하다. 유대인은 자녀가 태어나면 금융 계좌를 만들어 자녀에게 들어오는 축하금 등을 모두 저축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용돈 등을 모아 저축과 투자를 통해 목돈으로 불려나가는 방법을 익힌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같은 유대인 창업자들은 이렇게 모인 돈을 바탕으로 20대에 창업했다.

자녀를 빠르게 이끌어주고자 해도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자녀의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시기별 특징과 접근법에 대해 알아보자.

유아기에는 경제적 도덕성이 형성된다

6살 이하에서는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개 4~5살 정도부터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부모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가 친척에게 용돈을 받았을 때 “엄마(아빠)에게 맡겨”가 바로 그것이다. 부모가 가져가는 것을 보면서 ‘모아봐야 또 가져갈 건데’라며 저축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엄마도 내 것을 가져갔으니 나도 엄마 것을 가질 수 있다’란 그릇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자녀가 어리더라도 아이가 받은 것은 아이 것이란 이름표를 붙여주고, 부모는 손대지 않는 것이 자녀의 경제교육에서 필요하다.

초등학생은 용돈을 이용한 경제교육이 필수다

초등학생 때는 논리적 사고 기능이 발달하는 시기다. 주관이 생기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등 부모와 대화가 많아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주기적인 용돈을 줘 연필이나 색종이 등 필요한 학습 준비물을 스스로 사게 하자. 단지 지우개 하나를 산다고 해도 색상, 크기, 가격 등 따져볼 것이 많기에 소비와 선택의 상관관계에 대해 익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10살 정도가 돼야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용돈의 합리적인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미리 예산을 짜서 거기에 맞춰 소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를 제어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돈을 쓰지 않고 절약했을 때 얻어지는 돈에 대한 이자와 기회비용에 대해 알려주면서 절약했을 때 칭찬과 작은 보상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집안의 경제 상황을 공개해 아이 자신 또한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데 협력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줘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자녀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하자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생 무렵이 되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려는 욕구와 유행에 대한 모방 심리가 부쩍 커지며 소비 욕구가 팽창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낭비 등의 명분으로 자녀의 욕구를 계속 누르기만 하면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부모와 정서적·심리적 단절을 하려고 한다. 자녀의 경제교육을 진행하려면 자녀가 부모에게 마음이 열려야 하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자유를 핑계로 낭비 습관이 굳어지거나 충동 조절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용돈 내에서의 소비로 한정해야 한다. 예산을 짠 후 미리 부모에게 허락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두자. 시시콜콜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것일 때는 부모의 권위로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조혜경(경제 칼럼니스트)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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