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가 되어준 ‘귀한 손님’… 내쫓지 말아 주세요 [로컬이슈]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은 익숙하다. 반면,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보청견’이라고 부른다. 청각장애인에게 일상의 다양한 소리를 시각적 행동으로 알려준다. 청각장애를 앓는 이들에겐 ‘귀’이자 삶의 동반자다. 법으로는 차별을 금하지만, 보청견 존재를 모르다 보니 식당 등에서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이 빈발한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과 달리 보청견은 체형도 작아 ‘애완견’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로컬이슈팀은 보청견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차별 해소방안을 모색하고, 장애인을 돕는 보조견을 위한 정책 및 지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안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개를 데리고 출입할 수 없어요.”
15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로데오거리. 청각장애인 임형식씨(가명‧55)는 보청견인 ‘예삐’와 함께 카페에 들어섰다 직원에게 제지당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그는 청각장애인 등록증과 ‘하네스(반려동물 어깨와 가슴에 착용하는 줄)’에 적힌 ‘Service dog’을 직원에게 제시했다. 그제서야 직원은 보청견과 함께 임씨를 안내해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임씨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를 통해 지난 2015년 보청견을 데려와 같이 지낸 지 8년째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장애인 보청견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8년 전 식당에 들어갔다가 출입을 막는 직원의 말과 눈빛을 아직도 못 잊고 있다. 청각장애인 등록증을 보여주면서 보청견이라고 설명해도 출입할 수 없었다”며 “보청견과 미국에 갔을 땐 아무도 출입을 막지 않았다. 아직 우리나라는 (보청견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광명시 철산동 먹자골목 내 한 식당을 찾은 청각장애인 원서연씨(34·여)도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오면 안 된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청각장애를 앓는 원씨를 돕는 보청견 ‘구름이’ 때문이다.
구름이는 출입을 막은 식당 주인에게 항의하듯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돌아가자”는 원씨의 손길조차 거부했다. 결국 강제로 구름이를 품에 안고 식당을 나올 수 있었다.
이날 원씨가 방문한 식당은 모두 4곳이었지만, 모두 같은 이유로 출입을 거부했다. 청각장애인 보청견이란 설명과 함께 보청견 확인증을 제시해도 출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씨는 수어를 통해 “지난 2018년 구름이를 분양받고 6년이 지났지만, 차별은 여전하다”면서 “법적으로 장애인과 보조견에 대한 출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이렇게 많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김재룡 경기장애인인권포럼 대표는 “보청견을 비롯해 장애인들을 돕는 보조견 출입여부를 조사한 결과 출입을 금지당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시 장애인 보조견 교육을 병행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복지법 제90조에 따르면 대중교통, 식당, 숙박시설, 공공시설 등지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보조견 출입을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로컬이슈팀
박용규기자 pyk1208@kyeonggi.com
김도균기자 dok5@kyeonggi.com
안치호 기자 clgh106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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