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잠' 감독 "땡스 투"…'원픽' 정유미·이선균 그리고 '멍배우'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3. 9. 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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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잠' 유재선 감독 <제2장>
'잠'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 배우 편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유재선 감독은 '잠'의 주인공인 수진과 현수 역에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두 배우의 이름을 꺼냈다. 정유미 그리고 이선균. 장르적인 색깔을 진하게 드러내면서도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감각까지 담아낼 수 있는 연기를 해줄 수 있는 배우로 두 사람의 이름 말고는 다른 이름은 생각할 수 없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봉준호 감독은 "정유미, 이선균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정말 대단하다. 놀라운 배우들이 끌고 가는 작품이라서 두 배우에게 다시 한번 정말 찬사와 존경의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유미와 이선균은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맞닥뜨린 평범한 신혼부부의 변화를 세심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정유미와 이선균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열연을 펼친 명배우들 또한 '잠'을 완성한 일등 공신이다. 그래서 유재선 감독의 '원픽'이었던 정유미, 이선균을 비롯한 여러 배우가 펼친 잊지 못할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부터 '원픽'이었던 정유미와 이선균

 
▷ 처음부터 수진과 현수 역에는 정유미, 이선균을 생각했다고 들었다.

두 분 모두 장르 영화를 많이 해서 장르 연기가 탁월하다. 한편으로는 필모그래피에 많은 부분이 굉장히 다큐 같은, 현실적인 연기 톤을 연기하는 인물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장르 연기를 할 때도 항상 현실적인 연기 톤이 묻어 나온다고 생각한다. '잠'이야말로 그런 연기 톤을 가진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유미, 이선균이었다. 원픽이었다. 다행히 승낙해 주셔서 기적 같은 행운을 얻었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번 영화를 통해 정유미와 이선균에게서 끌어내고 싶은 얼굴은 무엇이었나?

내 생각에는 이미 두 배우는 정말 연기 잘하는 전설적인 배우라고 생각한다. 두 분은 이 말을 들으면 되게 질색하겠지만, 내 진심이다. 그래서 이미 내가 요구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수진은 에너지를 광적으로 발산하면서도 정말 미세하게 수렴하는 연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 스펙트럼이 정말 넓은 배우이길 바랐다. 그 연기 스펙트럼을 정유미가 전부 소화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캐스팅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는 내가 생각한 스펙트럼보다 상상 이상을 보여줘서 거기에 압도 당해서 컷을 외칠 정도로 놀란 순간이 많았다.

현수는 굉장히 난도 높은 배역이라 생각한 게, 주된 연기가 수진의 행동에 대한 리액션이다. 그걸 정말 섬세하게 끌어내 줄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지 고민했을 때 답은 이선균 배우였다. 이선균 배우의 리액션 연기하는 걸 볼 때마다 소름 돋을 때가 있다. 새로운 면이 계속 보이고, 이렇게 미세하게 했구나, 이런 미세한 눈빛과 떨림과 움직임이 있었구나, 계속 발견하게 된다. 대단하고 내공 있는 배우라는 걸 아직도 실감하게 된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봉준호 감독이 정유미에게 연락했다는 건 알고 있었나?

뒤늦게 알았다. 그 시기를 복기해 보자면, 시나리오를 제작사 대표님에게 건넸을 때 대표님께서 굉장히 좋게 봐주셨다. 제약 없이 원하는 사람을 캐스팅할 수 있다면 누구를 하고 싶냐고 물으셔서 말씀드린 배우가 정유미와 이선균이었다. 대표님이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캐스팅이 아니다, 좋은 배우는 좋은 시나리오에 끌린다며 내게 확신을 주셨다.

그래서 각각 시나리오를 드린 상태였다. 내 생각엔 봉준호 감독님께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신인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차원에서 전화를 걸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시나리오도 정말 훌륭하고 감독도 제법이란 느낌으로 말씀해 주셨던 거 같다. 정말 감사하다.

▷ 모든 촬영이 다 그랬겠지만, 현장에서 정유미와 이선균의 연기를 보며 '내가 쓴 글이 이런 식으로 살아 숨 쉬는구나'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다면 언제인지 궁금하다.

매 순간이 그랬는데, 특히 첫 회차가 그랬던 거 같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배우들이 내가 쓴 캐릭터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느낌에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내가 썼던 시나리오상의 인물 이상으로 각 인물에 입체성을 부여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이 두 배우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만의 디테일이 살아 숨쉬게끔 연기하는 게 정말 놀라웠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멍배우부터 수진-현수 주변 인물들이 보여준 최고의 연기


▷ 극 중 후추 역을 맡은 댕댕이(강아지)의 연기가 매우 뛰어났다.

후추 역과 앤드류 역을 맡은 배우는 뽀식이라는 배우다. 약간의 미용적인 차이는 있는데, 동일한 강아지였다. 사실 데뷔 영화에서 피해야 하는 두 가지 요소라고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기와 강아지는 출연시키면 안 된다는 거다.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기 배우도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연기해 줬고, 강아지 배우도 정말 프로다웠다고 생각한다.

최대 두 테이크만에 오케이가 났다. 강아지 배우가 정말 말을 잘 들어서 있으라고 하면 있고, 짖으라면 짖고,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멋진 배우였다. 다만 앤드류 역할을 했을 때는 조금 어려움이 많았는데, 우리끼리는 앤드류라는 캐릭터에 동의 못 하는 감정선이 있나 보다 했다. 그때는 애를 좀 먹은 적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연기자였다. 이 자리를 빌려 굉장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잠'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조연들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배역이 많지 않아서 한 명 한 명 캐스팅하는데 연출팀과 굉장히 심사숙고했다. 다 너무 훌륭한 배우분들이다. 민정 역 김국희 배우는 진짜 얼마나 연기를 잘했냐면,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모놀로그 같은 부분이 있다. 컷을 외치자마자 모니터실에서 이선균 배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전기충격 받은 느낌으로 굉장히 압도당한 기억이 난다.

무당인 해궁할매 역의 김금순 배우는 다른 영화 오디션 영상으로 봤었다. 그냥 말씀만 조곤조곤하시는데 너무 매료되고 이상한 영험함이 느껴지더라. 배우를 하루밖에 모실 수 없었는데 찍어야 할 분량이 많았다. 몇 명 되진 않지만 우리끼리는 몹씬(Mob Scene, 군중 장면)이라고 말하는데, 배우들이 다 보여 있는 상황에서 압도하는 연기를 보여주셨다.

의사 역을 맡은 윤경호 배우는 '옥자'에서 처음 만났는데, 정말 그 역할이 현실에 있다는 걸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활감이 있었다. 언젠가 영화를 찍게 되면 꼭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윤경호 배우도 딱 하루 오셔서 연기해 주셨는데, 단 한 번도 NG를 낸 적이 없어서 시간이 남을 정도였다. 완벽하게 해주셨다. 특정 신은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 웃음을 자아내서 대단히 감사한 연기를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실 수진이 젊은 세대고 수진 어머니가 전 세대지만, 오히려 더 젊고 더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삶을 사는 분이 이경진 배우고, 연기도 너무 훌륭하게 소화해 주셨다. 수진과 수진 어머니가 같이 있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많이 애정한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배우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제3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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