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홍수·사라지는 백사장…해수면 상승 위협 현실화

백창은 기자 2023. 9.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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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목포. 연합뉴스 제공

지난 7월 전라남도 목포가 물에 잠겼습니다. 건물에도, 주유소에도 물이 차올라 시민들은 바지를 걷어붙이고 물살을 가르며 다녀야 했습니다. 그런데 목포의 침수 피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해수면 상승’입니다.

○ 물에 잠긴 목포 그 이유는?

물에 잠긴 목포. 연합뉴스 제공

목포는 전라남도 서남부 남쪽 끝에 있는 도시입니다. 전라남도를 지나 서해로 흐르는 영산강과 맞닿아 있어요. 목포가 많은 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비와 만조가 만났다

지난 7월 24일 전라남도 목포에는 시간당 40mm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2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며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왕복 8차선 도로에 어른의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찼고, 주택 40여 채가 침수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내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복구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가 많이 와서 피해가 컸던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만조가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조는 조석 작용으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조석은 달과 태양의 인력 작용으로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오르거나 내려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때 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졌을 때를 만조, 반대로 해수면이 가장 낮을 때를 간조라고 합니다. 또 만조와 간조 시의 수위 차이를 조차라고 합니다.

목포가 물에 잠긴 이유.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목포에는 영산강하굿둑이 있습니다. 하굿둑은 강의 입구에 설치돼 바닷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만조 때는 둑 바깥쪽에 바닷물이 쌓여 수위가 높아지는데 목포에 많은 비가 내린 7월 24일 밤은 만조였습니다.

둑 바깥쪽에 바닷물은 잔뜩 쌓였고 짧은 시간에 내린 많은 비는 하굿둑 때문에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넘친 바닷물과 하굿둑에 쌓인 빗물이 만나 피해가 커졌습니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981년 완공된 영산강하굿둑 때문에 조차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굿둑이 없었을 때는 만조에 해수면이 높아져도 영산강이 이를 감당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조양기 교수는 “해수면 상승으로 과거보다 조차가 커져 만조 때 바닷물이 많이 차오른다”며 “이번 목포 침수는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지역의 피해가 현실화한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 넘쳐 흐르는 바닷물?!

푸른 바다와 반짝반짝 빛나는 모래알이 아름다워 여름철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해안의 해수욕장이 바닷물로 가득 차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 동해안의 모래사장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동해안은 돌보다 모래가 많은 해안 지역입니다. 그런데 모래가 많으면 침식이 잘 일어납니다. 침식은 땅 위에 있는 돌이나 흙이 물이나 바람 등에 의해 깎여 나가는 현상인데요. 단단한 돌보다 부드럽고 알갱이가 작은 모래는 침식에 취약합니다.

연안에서 생기는 파도, 다시 말해 파랑이 치면 해안가에 쌓여 있던 모래는 서서히 깎여 바다 쪽으로 흩어지다 파도가 잔잔해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해안을 개발하면 흩어진 모래가 제자리로 오지 못하고 오랜 기간 침식이 이어집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수심이 깊어지고 파랑의 강도가 점점 세져 해안가의 침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동해안의 경우 해안가를 따라 해안 도로가 나 있는데 해안가의 침식이 심해지면 도로까지도 물이 차오를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우리나라 360개 해안가를 대상으로 연안 침식 실태조사를 진행합니다. 지난 2021년 기준 360곳 중 130곳이 우려 등급을, 25곳이 심각 등급을 받았는데 그중 강원도 해안은 각각 59곳, 13곳으로 절반 가까이 해당했습니다.

이정열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금은 해수면 상승에 의한 침식 피해가 수 m에 불과하지만 최악의 경우 2100년에는 동해안의 모래가 40m 이상 깎일 수 있다”며 “해안 도시 인근까지 물이 찰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호주의 한 해안 도로. 파랑이 치면서 해안 도로가 무너졌다. Calistemon(W) 제공

● 끓는 지구에서 뜨거워지는 바다

조석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해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식을 더욱 빠르게 하는 것은 기후변화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전 세계 해수면이 매년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지난 6월 공개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수면은 1993년에 비해 10cm 이상 높아졌습니다. NASA는 “지구가 뜨거워지고 극지방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NASA의 설명처럼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하나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그린란드나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의 열팽창.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해수면이 오르는 데 빙하보다 영향을 미치는 건 해수온 상승입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물체를 이루는 원자들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그 결과 물체의 부피가 증가하는데 이런 현상을 열팽창이라고 합니다.

기후 위기로 바닷물의 온도가 오를수록 해수면도 더 빠르게 오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지난 6월과 7월 지구의 해수면 평균 온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5℃ 올랐다”며 “과거에는 0.25℃ 오르는 데 20년이 걸렸던 것에 비해 매우 빠르게 오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우리나라 ‘빨간불’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번 여름은 유독 무더웠습니다. 35도 안팎의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 1일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뜨거워지는 우리 바다 수위가 앞으로 얼마나 오를까요.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전망. 2023년 국립해양조사원 자료

● 동해 해수면이 더 빨리 오르는 이유

지난 3월 국립해양조사원은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해수면의 전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NASA 등이 발표하는 전 세계 해수면 자료로는 우리나라의 해수면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립해양조사원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에 실린 시나리오를 적용해 우리나라 해수면 변화를 전망했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먼저 지난 1989년부터 2021년까지 33년 동안 우리나라의 해수면이 9.9cm 높아졌다고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100년 우리나라의 해수면은 82cm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3년간 관측치의 3.5배에 달하는 수준이에요. 만약 이 전망이 현실이 되면 부산 해운대는 아예 사라지고 제주도도 대부분 물에 잠겨 30만 명이 이주해야 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저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2100년 우리나라 해수면은 47c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고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한 2100년 해수면 상승량. 국립해양조사원 제공

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에서 눈에 띈 부분은 동해가 서해보다 해수면의 상승 폭과 상승률 모두 더 높았다는 점입니다. 2100년까지 서해는 최대 80.8cm, 동해는 82.2cm 오를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유는 바닷물의 흐름, 해류에 있는데 해류는 저위도 열대 바다의 따뜻한 물을 고위도인 극지 바다로 나르는 난류, 그리고 극지 바다의 차가운 물을 저위도로 나르는 한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동해 쪽에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북한한류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대마난류가 있습니다. 대마난류 중에서도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갈라지며 북상하는 해류를 동한난류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동한난류의 흐름이 더 강해졌습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조양기 교수는 “기후변화로 바람과 기압이 변하면서 대마난류가 실어 나르는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난류가 동해안 쪽으로 많이 들어올수록 해수면이 더 빨리 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이렇게 대비하자.

해안 재해에 대비하는 방법.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얼마나 빠르게 오를지 모르는 해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곳곳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모래 쌓고, 땅 사들이고. 필사의 노력

해수면이 오르는 것을 아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 기후 위기에 잘 대응해도 이미 일정 부분 해수면의 상승은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안 재해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미국 등은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해안 재해에 대비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연이 가진 기능을 활용하거나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조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린인프라는 갯벌, 모래해변, 해초지, 사구(모래가 이동해 쌓인 언덕)같은 자연이 해안 재해를 막도록 하는 거예요. 해안 재해가 일어나 바닷물이 넘쳐도 그린인프라가 완충 역할을 해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합니다.

해안가 근처에 주택이나 건물을 지을 때 높이를 높여 짓는 것도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집의 높이를 높여 바닷물이 흘러도 집이 침수되지 않게 하는 방법인데 아예 해안가에 있는 땅을 국가가 사들여 관리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프랑스는 지방정부가 재해 위험이 있는 해안가의 땅과 주택을 매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북부 해안은 모래가 지속적으로 침식돼 최근 50년간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250m나 이동했습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국가가 위험한 지역을 관리해 민간이 섣불리 개발하지 못하도록 1970년대부터 사라질 위험이 있는 해안가를 계속 사들이고 있습니다. 

최후의 수단은 ‘이주’입니다. 바닷물이 넘쳐흘렀을 때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미리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유종현 교수는 “해수면 상승에 대한 전체적인 전망은 있지만 각 국가마다, 각 지역마다 특성이 달라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9월 1일, [특집] 우리 동네가 가라앉는다면 해수면 상승

[백창은 기자 b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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