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서 나와?" 드라마 속 코미디언들 '감초' 맹활약

오명언 2023. 9.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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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명·숏박스 등…단순 카메오 출연 넘어 긴 호흡의 정극 연기까지
JTBC 드라마 '힙하게' [스튜디오 피닉스·S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무진시를 꽉 잡고 있는 일진 출신 배옥희(주민경 분). 여전히 그녀의 전화 한 통이면 후배들은 생업도 제쳐둔 채 달려 나온다.

그런 배옥희가 절친 봉예분(한지민)을 돕기 위해 오랜만에 '옥희 군단'을 불러 모았는데 동생들 사이에 웬 아저씨 한 명이 쭈뼛대며 서 있다.

직업은 교사, 이름은 김용명. 출산으로 몸이 성치 않은 여동생을 대신해 나왔다는 그는 꼬박꼬박 옥희를 '언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닌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묘하게 억울해 보이는 표정과 어리바리한 말투. '얼굴만 봐도 웃긴' 김용명이 나서자 별것 아닌 행동도 괜스레 웃기다.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코미디언들이 다양한 개성과 매력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JTBC 드라마 '힙하게' [스튜디오 피닉스·S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방송 중인 JTBC 드라마 '힙하게'에 본명 그대로 출연하는 김용명은 2004년 SBS '웃찾사'로 데뷔한 개그맨이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매회 꾸준히 등장하며 짧은 몇 장면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김용명이 '옥희 군단' 모임에 참석해 주특기를 선보이는 장면이 화제다. 교편을 잡고 있어서 '12세용 욕'을 잘한다는 김용명은 속사포로 초등학생들의 신조어를 쏟아내는데, 해당 장면의 유튜브 영상 클립 조회수는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73만회를 넘어섰다.

시청자들은 "개그맨인데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김용명 나오기를 기다린다", "'언니'라는 대사를 김용명처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힙하게' 제작진 측은 "김석윤 감독님이 평소 김용명 씨의 코미디를 좋아해 먼저 출연을 제안했다"며 "김용명 씨의 평소 코미디 톤을 반영해서 드라마 속 엉뚱하고 반전 있는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종영을 앞둔 tvN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에는 대세 코미디 크루 숏박스가 출연한다.

엄지윤은 여자 주인공 솔희(김소현)의 타로 카페 근처에 위치한 샐러드 가게 사장을 연기한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잦지만, 그만큼 음흉한 구석 없고 남 뒤통수 칠 일 없는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김원훈은 여자 꼬시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맥줏집 사장 오오백 역을, 조진세는 소심한 성격에 자신감도 부족해서 연애 경험이 없는 빵집 사장 소보로 역을 맡았다.

3인방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탄탄하게 다져진 호흡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NA 드라마 '신병' 시즌2에도 코미디언 이수지가 출연해 웃음을 담당한다. 사단장 아들인 '군수저' 박민석의 친누나이자 유격 훈련 교관으로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ENA 드라마 '신병' 시즌2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미디언들이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과거부터 종종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고 카메오(단역 출연자)로 출연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반짝 화제'를 끌어내는 것을 넘어서 더 긴 호흡의 정극 연기를 선보이는 추세다.

앞서 넷플릭스 'D.P.' 시리즈의 문상훈과 영화 '헤어질 결심'의 김신영도 웃음기를 싹 뺀 섬세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tvN 토크쇼 '유퀴즈' 인터뷰에서 "김신영은 인생의 여러 감정을 다 갖춘 사람"이라며 "(그가 사람들을) 웃겼다 울렸다 하는 게 참 좋았다. 연기자로서 훌륭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섭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연기력에 인지도까지 갖춘 코미디언들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캐스팅 후보로 주목받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코미디언들의 연기 변신은 극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역할에 어느 정도 제한은 있겠지만, 연기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안전하고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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