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가 지명한 이채은, V리그의 역사를 바꿀 위대한 가능성

오해원 기자 2023. 9. 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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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40명의 선수 중에는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그리고는 두 번째 도전에서 광주를 연고로 하는 V리그 여자부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에 수련선수로 지명됐다.

어쩌면 이채은과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V리그 여자부의 역사를 바꿀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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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대 이채은은 지난 10일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역사상 최초의 대학생 지명자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10일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40명의 선수 중에는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광주여대의 리베로 이채은(페퍼저축은행)이다.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과 전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남순 씨의 둘째 딸 김세빈(한국도로공사)이나 기남이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의 자녀인 최서현(현대건설·이상 한봄고) 등 배구인의 자녀로 대를 잇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채은의 도전이 관심이 갔던 것은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이채은에게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재수의 기회였다. 포항여고 졸업을 앞두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던 이채은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어느 팀에서도 이채은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V리그 재도전의 꿈을 함께 키워주겠다는 최성우 감독의 말을 믿고 전문 배구부가 없던 광주여대에 진학했다. 그리고는 두 번째 도전에서 광주를 연고로 하는 V리그 여자부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에 수련선수로 지명됐다. 광주여대는 그보다 앞선 지난달 전문배구부를 창단했다.

비록 또래 친구들보다는 1년 늦은 프로 입성이지만 이채은의 신인드래프트 지명은 개인은 물론, V리그 전체에 있어 의미가 큰 성과다. 그동안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고교 졸업 예정자의 무대였다.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웃고,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는 울며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채은은 주저앉지 않았다. 다시 도전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V리그 역사상 대학생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은 2005년 출범 이후 최초다. 이채은의 프로 지명은 여자 대학배구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동시에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았던 선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수 자원의 부족이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의 인기를 이끌었던 여러 선수가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향하는 가운데 이들의 뒤를 이을 재목이 많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여자배구의 상황을 살펴보면 중·고교 무대에서 제법 활약했던 선수들도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배구선수의 꿈을 아쉽게 접어야 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어쩌면 이채은과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V리그 여자부의 역사를 바꿀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채은은 자신의 수많은 선배가 가지 않았던 길을 묵묵히 걸었고, 결국 재도전 끝에 고대하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채은은 "대학에 가서는 드래프트에 지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깨고 싶었다"면서 "대학에 가서도 뽑힐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도전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채은의 도전은 새로운 벽을 마주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에서 오지영, 문슬기, 김해빈 등 리그에서 실력이 입증된 쟁쟁한 리베로와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채은은 "파이팅 있는 (오)지영 언니가 롤 모델이다. 나도 기술이 뛰어나지 않아도 파이팅이 돋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채은의 롤 모델 오지영은 프로에 입성해서도 묵묵히 도전을 이어온 끝에 빛을 본 선수다. 이채은의 두 번째 도전 결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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