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진짜였어요, 시완이는...이런 충격은 처음”[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9. 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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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배성우, 인고의 시간...개봉 자체로 감사”
“완성도·평가·흥행 성적 떠나 미련도 후회도 없어”
강제규 감독이 8년 만에 신작으로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시간이 정말 후르륵 지나갔어요. 제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든거죠? 저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강제규(61) 감독이 ‘장수상회’(2015) 이후 8년 만에 영화 ‘1947 보스톤’으로 돌아왔다.

‘1947 보스톤’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대표 마라토너들의 실화를 다룬 휴먼 드라마. 1947년 광복 후 처음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손기정·남승룡·서윤복)의 피땀눈물 섞인 도전과 가슴 벅찬 영광의 순간을 담아낸다. 배우 하정우 임시완 그리고 음주운전 물의를 빚은 배성우가 주연이다.

“보통은 아무리 쏟아부어도 회한이 남고, 아쉬움이 남고, 복잡한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안 그래요. 그저 세상에 무사히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다행이고, 그저 뭉클하고...인고의 시간을 유독 길게 보내서 그런지 약간 초탈한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1947 보스톤’ 포스터.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민족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손기정(하정우 분)은 열정을 잃고 영혼없이 현실을 살아가던 중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임시완 분)을 만난다. 본능적인 뜨거움을 누른 채 애써 외면하지만, 남승룡(배성우 분)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하면서 가슴이 다시금 들끓는다.

출전 조건은 손기정이 감독을 맡는 것.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손기정과 서윤복은 남승룡의 도움을 받으며, 진정한 사제지간이 되어간다. 그리고 보스톤으로 향한다. 일본에 귀속된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고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달리고자, 그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후세에게 뼈아픈 회한의 아픔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마침내 승리를 거머쥔다.

강 감독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이 가장 중요했다. 먼저 하정우를 캐스팅 했고, 배성우 임시완이 그 이후에 정해졌다. 실화의 힘에 대한 확신이, 실존 인물들에 대한 존경심이, 역사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면서 “우리들이 살아왔던 과거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는 일, 이 일이 미래를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소중한 발자취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연장선에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진심을 전했다.

강제규 감독은 ‘서윤복’으로 분한 임시완을 극찬했다.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대학 후배이자 평소 절친한 영화계 동료인 하정우는 그 장점을 훤히 알고 있었지만, 임시완은 충격 그 자체였단다.

강 감독은 “‘어라, 요놈 봐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운을 뗀 뒤 “한 마디로 대단한 친구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정말 자연스럽게 그 시대 인물에 녹아드는데 신기할 정도로 흡입력이 굉장했다. 군소리, 잔소리도 할 게 전혀 없었다”고 극찬했다.

“어느새 제가 그의 촬영 날을 기대하고 있더라고요. 한 뼘씩 더 성장한 그의 모습이, 연기가 궁금해졌어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기대하게 됐죠. 제가 ‘우리 운명이 네 발에 달려 있다고’ 엄청 부담감을 주기도 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더라고요. 서윤복이 되어 있었어요. 진짜였어요, 시완이는.”

하정우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 번은 ‘함께 해야지’란 생각을 늘 마음 속으로 품고 있었고, 둘이 만나면 그런 이야길 자주 나누기도 했다. 좀처럼 인연이 닿질 않다가,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딱 그가 떠올랐다”며 “내 눈엔 성격도 그렇고 외형적으로 닮은 부분이 좀 많은 것 같았다.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싱크로율이 꽤 높았고, 고맙게도 단박에 하겠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1947 보스톤’ 스틸.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배성우에 대해선 쉽사리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 강 감독은 “처음 그의 음주운전 소식을 듣고 굉장히 속상하고 막막했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긴 시간 동안 작업을 하는 매체 아닌가. 작품을 할 때마다 많은 일들을 겪으며 속상하고 마음 아픈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 너무나 어렵고 괴로웠다. 주연 배우들 쪽에서 데미지가 생기면 파급력이 더 크기도 하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개봉이 밀리고 있었던 시점이라 거듭된 악재에 모두가 고통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고백했다.

이어 “후반 작업 하면서도 일부 촬영이라면 보충 촬영을 하든지 최대한 협의를 할 수 있었을텐데,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대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영화를 아예 엎거나 다시 찍어야 되는 정도였다. 그게 참 정말….”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가을쯤 개봉을 바라고 있었지만,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개봉을 한 번 더 미뤘다. 자숙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속 쓰리고 아프지지만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본인도 상당히 괴로워하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보단 두루두루 전 세대가 봤으면 하는 작품이에요. 여러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바람에 버티고 버티다 지쳤고, 지치다못해 긴장감도 사라질 정도로 그저 개봉만을 바랐어요. 지금에 이르러보니 그럼에도 굉장히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다보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내부 평들도 정말 많이 듣고, 고민도 더할 나위 없이 깊게 해보고, 굉장히 많은 경험들을 했어요. 완성도를 떠나, 결과를 떠나, 어떤 미련도 남지 않을 정도로 이것저것 다 해본 것 같아요. 처음으로 후련한 마음이 듭니다. (웃음)”

‘1947 보스톤’은 오는 27일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다.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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